국민연금 개혁 논란까지 겹쳐
소득주도→투자중심으로 선회
우리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등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기존 정책의 부작용이 심화하자 기업의 투자촉진을 통한 전통적 성장모델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정책기조를 둘러싼 집권층 내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경제주체들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다 저출산ㆍ고령화로 2050년대 후반이 되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개혁을 둘러싼 논란까지 겹치면서 경제정책 리더십 약화와 함께 국민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보험료를 올리거나 연금 지급시기를 연장해 기금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인가, 아니면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할 것인가를 놓고 세대 및 계층 간 갈등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우리경제는 올 1분기까지만 해도 3%대 성장경로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분기 후반 이후 소비와 투자가 동반 약화하면서 침체국면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이를 통한 소비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데 집중했으나, 소득과 소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경제활력의 핵심 축인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전분기대비)은 지난해 4분기 1.0%에서 올 1분기 0.7%, 2분기 0.3%로 급격히 낮아지는 등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돼 소득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활력의 핵심지표인 설비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3분기에만 해도 16~17%대의 높은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을 보였으나 4분기에 8.6%, 올 1분기에 7.3%로 둔화된 후 2분기에는 -3.9%의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기계류 수입이 최근 2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지속해 ‘투자절벽’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투자 촉진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ㆍ벤처기업의 혁신성장 현장방문 및 관계장관ㆍ자치단체장 회의를 잇따라 열어 규제완화와 기업 투자확대를 독려하는 한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다시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도 인터넷뱅킹과 관련한 은산분리 완화 방침을 밝히며 여기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정책기조 변화를 둘러싼 집권층 내부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기업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경제정책 기조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경제 구조개혁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7일 공청회를 계기로 본격화할 국민연금 개편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국민이 관련된 핵심적 노후보장 수단이지만, 전반적인 국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낮으면서 기금의 재정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져 개혁이 쉽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실패하고 논란이 반복ㆍ심화할 경우 경제정책 전반의 리더십 약화를 부를 수도 있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