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종합선물세트 같은 매력의 정체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tvN ‘미스터 션샤인’ 전개가 빨라지면서 시청률이 또 올랐다. 지난 19일 방송된 14회분은 15.6%(닐슨코리아)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주청미국공사를 만나 차관을 성사시키려는 고종의 밀서와 이를 수행하던 미국 선교사 요셉의 죽음. 요셉은 유진 초이(이병헌)에게는 미국에서 살 수 있게 만들어준 아버지 같은 인물이다.

급기야 의병운동을 하는 대장 황은산(김갑수)이 “그(유진)의 선의가 조선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오”라고 말하며 의병 부하인 고애신(김태리)과 연인 사이인 유진 초이는 서로 총을 겨눠야 한다. 사건이 잘 물려 들어가면서 긴장감과 집중도, 그리고 중독성이 생겼다.

조선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각국 공사들의 회의장에서 러시아 공사가 하야시 일본 공사에게 “전쟁이라도 일으킬 수 있겠어. 그 작은 키로”라고 말하자 하야시가 “바가야로(멍청이)”라고 화내는 장면은 역사드라마로서 흥미로운 지점이다.

유진과 고애신의 데이트는 현대물보다 더 비장하고 아련하며 다양하다. 김은숙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인듯 싶다.

역사물은 신분제라는 멜로장애요인을 활용하기 좋은데, 여기서도 사대부 가문(고애신)과 노비 출신(유진 초이)간의 사랑을 담고 있다. 게다가 이 시대는 신분제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 의병 계급은 중인과 천민이 양반보다 더 높게 나온다.

고애신과 유진은 약재 창고 데이트, 장갑과 오르골 선물, 어성초 함을 통한 서신 주고받기, 해변 데이트 까지 현대물보다 더 다양한 멜로 이벤트가 그려진다. 이런 것들은 충분히 중독성이 있다.

“바다에 해 뜨는 것 본 적 있소?” “보고싶소” “쉽지는 않지만 언젠가 보러갑시다” “그 바다에 피어나는 해도 봅시다”라는 서신 또는 대화로 KTX를 타고가는 것보다 훨씬 더 로맨틱한 말 타고 동해안에 갔다. 그때 보여준 영상미는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이처럼 시대물, 멜로 등 종합선물 같은 매력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10대부터 5060세대까지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미스터 션샤인’은 1900년대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인물들의 처절하면서도 안타까운 운명을, 박진감 넘치는 ‘폭풍 서사’로 담아내고 있다. 구한말 격동의 근대사를 살아간 인물들의 생생한 삶과 분투를 빈틈없는 서사 구조로 펼쳐낸다.

앞으로 유진-애신-동매-히나-희성 등 각 캐릭터들의 갈등과 번민이 더욱 극대화되면서 스토리 전개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 같다. 목숨의 위협을 받은 유진과 유진을 저격해야 하는 애신, 그리고 동매와 히나, 희성의 복잡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기대된다.

‘미스터 션샤인’의 배우들은 연기도 좋다. 이병헌은 “조선에서는 나를 미국인이라 하고, 미국에서는 나를 조선인이라 한다”며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번뇌할 수밖에 없는 검은 머리의 미국인 유진 초이를 무결점 연기로 표현하고 있다. 발성이 좋은 김태리는 한마리 학처럼 고고하고 품격 있는 사대부 애기씨로, 의병활동에 목숨을 내건 고애신의 당찬 면모를 잘 그려내고 있다.

유연석은 죽음의 위기에서 살려준 애신에게 일편단심 순애보를 쏟아내는 낭인 구동매로, 김민정은 매국노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는, 속내를 알 수 없어 묘한 매력을 지닌 쿠도 히나로 완벽하게 빙의,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다. 변요한은 가문의 업보로 짊어진 괴로움에 고뇌를 거듭하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쏟아내는 김희성을 실감나게 선보이고 있다.

‘최강’ 영상미 또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사계절을 담아낸 아름다운 풍경과 배우들의 조화, 단순한 장면조차 평범하지 않게 표현하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이응복 감독의 연출력이 풍성한 볼거리를 안겨주며 채널을 고정시키게 하는 것. 특히 당시 시대상을 충분히 표현하고자 연구를 거듭하며 상상력을 가미시켜 완성한 CG(Computer Graphic) 장면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고조시킨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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