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상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민병훈 감독 데뷔 20주년 특별전’은 오는 9월 6일부터 9월 29일까지 매주 금, 토 오후7시에 상영될 예정이며, 매주 토요일 상영 이후에는 민병훈 감독과 출연 배우가 함께하는 GV(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이번 특별전은 자신만의 자유로운 영화적 방식으로 시대의 불안한 공기와 개인의 아픔을 유려한 이미지로 묘사했던 민병훈 감독의 영화 세계 전편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의 데뷔작이자 두려움의 3부작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 <포도나무를 베어라> 등 초기작부터 최신작 <황제>까지 숨은 작품 모두 만날 수 있으며, 최근 그가 단편영화로 연출한 작품까지 총 10편의 작품을 상영한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민병훈 감독만의 독특한 매력과 예술 영화의 중요한 경향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상영 뿐만 아니라 그의 영화 세계를 직접 엿볼 수 있는 GV까지 마련되어 있어 한층 다채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2000년대 한국 영화계에는 위기와 함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제작사들은 실적 악화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젊은 감독들이 독립적인 방식으로 다른 방식의 영화를 만들고 있었는데, 민병훈 감독은 러시아에서 유학을 한 후 독특한 자신만의 영화적 어법으로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가장 중요한 감독 중 한 명이다.
타지키스탄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화같은 이야기 <벌이 날다>, 불안한 내면과 숨길 수 없는 욕망을 과감하게 그렸던 <괜찮아, 울지마>, 가톨릭 대학교 신학생의 고뇌와 사랑을 그린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잇달아 발표하며 ‘두려움 3부작’ 을 완성했고 이후 개인의 불안한 내면과 가족의 붕괴를 그린 생명2부작 <터치>과 <사랑이 이긴다>를 선보였다. 이어 아티스트 시리즈 중국화가 펑정지에 그림자를 조명한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굴업도 섬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 사진작가 김중만의 <너를 부르마>,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황제> 등을 선보였다.
또한 그는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독과점 문제와 수직계열화 문제를 지적하며 극장 상영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배급 세계를 구축하여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젝트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민병훈 감독은 <설계자>의 주인공 영화감독 ‘알렉산더’ 의 나레이션을 통해 이 시대의 영화가 자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감독이다. 희망보다는 절망을 더욱 생생하게 그린 민병훈 감독은 한 사회가 품은 어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 감독들과는 다른, 장르의 자유로운 변주와 개성 가득한 자신만의 촬영-편집 스타일로 뚜렷한 흔적을 남긴 감독이기도 하다.
한편, 민병훈 감독은 현재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휴먼 멜로 <기적>을 촬영 중에 있으며, 2019년 상반기 국내외 유수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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