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양도성예금증서)가 한인은행들에게 버리자니 아깝고 쓰자니 번거로운 ‘계륵’이 되고 있다.한때 1%에도 못미치는 이자율로 고객들이 외면하던 CD는 지난해 연초부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를 타고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한인은행들 역시 고객 유치를 위해 2%가 넘는 고금리를 앞세워 무한 경쟁에 들어갔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한인은행들의 지난 여러 분기 실적표를 보면 예금 증가분의 대부분이 고금리 CD로부터 나왔다. 이는 은행의 대출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CD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서로 한인은행들의 이자율을 비교하면서 움직이다보니 어느 새 금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치솟았고 여기에 지점이 없어 비용경쟁력이 강한 인터넷 은행들이 CD시장에 뛰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실제 인터넷 은행들의 최근 CD이자율을 보면 3% 이상에 중도 해지 벌금과 수수료가 없거나 아주 미미한 수준의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드물게는 4%대 이자율을 주는 곳도 있다.
지난 십수년간 거래를 이어온 1세대나 1.5세대 한인이나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은 한국어로 운영되는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시스템, 그리고 다수의 지점망을 고려해 쉽게 계좌를 옮기지 못하지만 영어에 익숙한 2세대는 이미 상당수가 인터넷 은행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문제는 이런 경쟁 속에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 제도(Fed·연준)가 ‘금리동결 기조’를 공식화한데 이어 오는 9월말 ‘보유자산 축소’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며 유동성을 옥죄는 긴축카드를 모두 접은 데 있다.
한인은행들이 CD 이자율을 급격히 올리기 시작한 시점이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화 시점부터인 것과 한인 CD고객의 상당수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진다는 가정 하에 CD 상품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CD고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분석이다.
또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시점부터 다음번 상승 사이클을 기대해 부동산과 같이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옮긴 한인 자산가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쯤되면 이자율이 높은 CD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이자율 인하를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인데도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하듯 은행들끼리 이자율 인하를 놓고 눈치보기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상장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실 한인은행의 CD는 대출을 위한 실탄 마련이 주 목적”이라며 “CD의 이자와 관련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은행의 수익면에는 큰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그는 “이자율을 내린 은행도 있지만 혹시라도 소문이 날까봐 티 나지 않는 수준에서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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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