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보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더라고요!”
LA 한인타운 일대에 여러 채의 콘도를 보유하고 있는 한인 최 모씨는 얼마 전 우연히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검색하다 자신이 보유한 콘도가 단기 임대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입자가 자신 몰래 콘도를 에어비앤비에 올려 놓고 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최 씨가 전화를 걸어 사정을 물어 보니 세입자는 “요즘 수입이 줄어 매월 일정 일수를 여행객에게 임대해주고 그 시간은 친구 집에서 지내왔다”라며 “직접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데 좀 유연하게 굴면 안되겠냐”는 어이없는 말을 들어야 했다.
최 씨의 친구인 양 모씨도 자신과 계약한 세입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이 집에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거주자에게 언제부터 여기에 살았는 지 물어보자 “누구신데 그런걸 물어보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아야 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세입자는 양 씨의 허락 없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새로운 입주자에게 집을 내 준 상태였다. 렌트비를 밀린 적도 없고, 특별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던 사이 이런 사단이 난 것이었다.
세입자의 얌체 임대업에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최씨나 양 씨 등 개인 소유주 뿐만이 아니다. 대형 아파트 투자 업체들 역시 몰래 ‘에어비엔비’ 영업을 하는 입주자들로 여러 건의 분쟁 및 퇴거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해 왔다.
‘독립기념일’ 등 휴가 대목이 다가오면서 이런 얌체 임대는 더욱 판을 치고 있다. 특히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디즈니 랜드, 그리고 샌디에고 시월드 등과 같은 관광 명소 인근 콘도 및 아파트의 경우 이런 사례가 더 빈번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행법상 세입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유닛(개인 주택 포함)을 주택소유주연합(HOA)과 합의 없이 단기 임대하는 것은 불법이다.
방학 때 본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들이나 장기 출장을 떠나게 된 직장인 등이 일정 기간 거주 유닛을 제 3자에게 임대하는 ‘샌드위치 리스”가 있지만 이는 소유주와의 합의 아래서만 가능하다.
단기 임대 문제는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기 렌트 임대인의 상당수가 여행객이다 보니 밤샘파티를 즐기거나 소음을 내는 통에 이웃 주민들과 잦은 다툼이 생기게 된다.
실례로 최근 LA 인근 대형 아파트에서는 단기 임대 여행객과 주민이 소음문제로 육탄전을 벌이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대형 아파트 관리 업체 관계자는 “에어비앤비 등 단기 임대를 하려면 LA 시에 세금을 내고 관련 검사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임대 기간도 1년에 최대 120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소유주 몰래 열쇠를 공유하다 보니 절도 및 기물 파손 등의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건물주가 세입자를 착취해서도 안되듯이 세입자들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