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상장은행 관계자의 한숨 섞인 말이다.뱅크오브호프의 지주사 호프뱅콥이 2분기 실적 당일이었던 지난 16일 총 5000만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실시한 총 1억5000만 달러에 이어 벌써 3번째 자사주 매입이다.
단 지난해 자사주 매입과 달리 만료 기한을 정하지 않아 변경 또는 중단의 가능성을 열어뒀으며 비용충당을 위한 추가적인 선순위 무보증사채 발행도 하지 않았다. 뱅크오브호프는 지난해 7월 2억 1750만달러에 달하는 무보증전환사채를 발행해 지금까지 2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있다.
뱅크오브호프가 제 3차 자사주매입에 나선 것은 주가 방어를 위함이다. 뱅크오브호프의 주가는 자사주 매입발표 직후인 17일 전일(13.99달러)에서 14.09달러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년래 최고가인 17.92달러 보다 약 4달러나 낮은 것이며 은행의 전신인 BBCN의 종가(15.34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8월경 부터는 14달러선을 유지하는 것만도 벅찬 모습이다.
타 한인 상장은행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사주 160만주(주당 평균 22.57달러, 약 3611만달러) 매입에 이어 최대 5%(160만주)추가 매입 계획까지 밝힌 한미의 주가도 지난 17일 현재 21.63달러로 1년래 최고치인 27.80달러를 크게 밑돌며 자사주 매입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당시에 비해 오히려 평가 손실이 큰 상태다.
퍼시픽시티뱅크(행장 헨리 김)도 지난 4월 2018년 8월 상장 이후 첫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 지주사인 퍼시픽시티파이낸셜콥(PCB)은 지난 4월 1일 총 65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내년 3월27일까지 보통주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PCB의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과 재매수 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게 됐다”며 “투자자들에게 이런 점을 강력하게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PCB의 17일 종가는 16.91달러로 자사주매입을 발표 당시 17.60달러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공모가(20달러)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이다.
상장과 함께 영업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오픈 뱅크(행장 민 김)역시도 주당 11달러에 200만주를 일반 투자자에 공개거래, 2200만달러의 자금을 모으며 시작한 후 올해 1월에도 최대 40만 주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하며 주가 부양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 또한 주가 상승과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자사주 매입 당시(1월 25일) 9.29달러였던 오프뱅크의 주가는 지난 17일 현재 9.58달러로 그 상승폭이 극히 미미하다.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최고치 (지난 5월 7일 당시 `10.96달러)마저도 상장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 한인은행의 한 고위간부는 ” 주식시장에 유통되는 발행 주식 수를 줄여서 주가 및 주당순익(EPS)을 높이는 것이 자사주 매입의 목적이지만 지금까지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없다. 결과론만 보면 상장 한인은행 모두 주가 부양에 실패한 셈”이라며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라도 하지 않으면 주가는 더욱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라도 매입이 불가피하며 일단 시작한 이상 분기별 현금 배당과 같이 멈추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주가를 올리는 단 하나의 방법은 매 분기마다 개선된 실적을 올리는 것인데 지금 미국의 경제상황이나 한인 은행의 여건을 보면 그 가능성은 아주 낮다. 당분간은 자금을 쥐어 짜서라도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하락을 최대한 막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덧붙였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