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우주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까

20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카오스콘서트가 열렸다. dsun@/=헤럴드경제

“아는 만큼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2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개최된 카오스콘서트 ‘변신, 기원이야기’에서 열린 토의에서 “인간이 우주 전부를 이해하는 순간에 다다를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이성적인 노력은 ‘끝’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날 카오스콘서트에서는 ‘인류 ’, ‘과학의 변신’, ‘미래의 변신’이라는 주제로 심도 깊은 토의가 진행됐다. 우 교수를 비롯해 김상욱 경희대 교수,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토의에 참여했다.

먼저 인류의 출현이 필연적인가에 대해 장 교수는 “우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고 해도 인간의 지성과 비슷한 특성을 지닌 생명체는 출현했을 것”이라고 추론한 반면, 김 교수는 “외계 생명체를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우 교수는 “저는 우주의 시간을 빅뱅까지 돌린다고 가정을 했다”라며 “수소와 헬륨만 남아있는 우주에서 지성을 가진 생명체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개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다중우주론에 대한 견해도 제시됐다. 김 교수는 “다중우주론은 아직 과학이 아닌 가설의 영역”이라며 “다중우주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가능성조차 제대로 제안되지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 교수도 “단 하나의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명확한 과학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하나의 우주가 있는 건 분명하다”라면서도 “그러나 장대하고 거대한 우주에 다른 우주가 있다는 의문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의 과학 이론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장 교수는 “진화학 입장에서는 다윈이 말하는 자연 선택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변화 메커니즘을 발견한다는 데 대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이 1000년 이상 지배했지만, 지난 과학사를 보면 대략 300년이 그 주기였다”라며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지 200여년이 지났으니 아직 100여년이 남았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에 김 교수는 “하나의 주기라는 틀이 과학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런 시각은 ‘지금의 과학도 다 틀릴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라며 우려했다. 그는 “과학은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인 모습이 있을 것”라며 “새로운 과학이 나온다면 우리의 이해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해를 포섭하는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

우 교수도 “과학에 대한 이성적인 노력이 과학을 점진적으로 완성시키는 방향으로 간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날 1200여명이 참석한 카오스콘서트는 138억 년에 걸쳐 변신을 거듭해온 우주와 생명의 역사에 대한 강연이 진행됐다. 우 교수가 별이 피고 지는 장대한 우주의 역사를 짚었고, 이어 김 교수가 원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생명의 변신에 대해 설명했다. 장 교수는 40억 년 전에 생긴 지구 생명체가 대변신을 한 사건들을 주목했다. 이날 카오스콘서트에서는 밴드 ‘닥터스’의 공연도 스페셜스테이지로 열렸다.

카오스재단은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2014년 ‘과학지식의 공유’와 ‘기초과학의 대중화’를 기치로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카오스재단은 매년 여름 카오스콘서트를 연다. 봄과 가을에는 무료 정기 카오스강연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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