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 업무 둘러싼 한인은행 풍경

“단어 자체는 이해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

지난 주말 한인은행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 한인은행의 간부가 최근 업무 문제로 IT 부서 직원과 미팅을 가졌다. 미팅에 참석한 IT 직원은 타인종으로 간단한 인사말 정도를 빼면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여기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대화 자체는 잘 흘러갔다. 해당 직원이 한국어를 못했지만 이 간부가 영어에 능숙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언어가 아닌 이해였다.

뼈 속 깊은 곳까지 은행원인 이 간부와 타고난 기술자인 이 IT 직원은 같은 말을 해도 외계어로 들릴 만큼 거리가 뚜렷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 자체는 별게 아닌데 이에 대한 접근 방법과 해결책이 다르다 보니 단어는 이해해도 그 뜻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완전 영어권으로 IT 지식이 해박한 다른 간부가 이 직원과 만나서야 수습할 수 있었다.

위의 이야기는 최근 한인은행 IT 관련 미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한다.

인터넷과 각종 기기, 핀테크 그리고 인공지능 등의 급격한 발달로 인해 은행에서 IT 관련 업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한인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지난 수년간 IT 부서를 크게 확장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직원을 적지 않게 늘렸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필요 인력을 한인으로만 채울 수도 없고 일반 직원 및 고객과 만나는 일이 적다 보니 타인종 직원이 타 부서에 비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실제 한인은행의 IT 부서를 보면 절반 혹은 그 이상이 비 한인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타 인종 직원이 늘고 IT라는 업무 자체가 일반 은행업무와 다르다 보니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난다는 점이다. 한인 직원의 경우 언어가 같고 정서도 비슷하다 보니 미팅을 갖고 대화를 하다 보면 비교적 쉽게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그런데 타 인종의 경우 언어와 정서에서 큰 차이가 나는데 여기에 업무의 생소함마저 더해지다 보니 대화가 쉽지 않다. 실제 결제 및 업무 지시 권한이 있는 간부급 직원 대다수가 IT 관련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점도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미팅에 참여했던 간부는 “솔직히 프로그램, 코딩 그리고 전산 등에 대한 지식이 없어 그 직원이 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한국어를 알아도 요즘 청소년이 좋아하는 한국랩을 들으면 가사를 못 알아듣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 직원 또한 내가 말하는 고객만족(CS)과 은행 업무에 대한 지식이 풍족하지 못해 자꾸 헤매는 느낌이었다. 그 미팅 이후 업무 효율성을 위한 해결책이 필요한 것을 절감하게 됐다 “고 말했다.

IT 부서에 채용된 타인종 직원들도 문제는 있다. IT 전공자로 은행업무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은행에 입사하다 보니 적응에 긴 시간이 걸리며 정서적으로도 한인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 대형 은행으로의 인력 이동이 한인 직원에 비해 잦은 것도 이런 ‘융화’에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한인은행 관계자는 “IT 부서 종사자에게 은행 업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겠다”며 “반대로 일반 직원과 간부들도 필수 IT 관련 지식을 습득하게 할 계획이며 공동 프로젝트나 업무 교환 등도 늘려 보다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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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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