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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이 성공할까?
최근 한인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점을 둔 ‘제일IC은행(행장 김동욱)’의 남가주 진출 소식이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제일IC 은행은 얼마전 LA 한인타운 윌셔 블러바드와 켄모어 애비뉴 교차로에 위치한 빌딩 1층에 리스계약을 마쳤다.
현재 이 빌딩은 오피스 전용에서 주상복합으로의 전환이 진행 중인데 은행 측은 공사가 마무리 되는 내년 1분기에 남가주 1호 지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제일 IC가 예정대로 LA 지점을 오픈하면 타주에서 출범한 한인은행이 가주에 진출하는 첫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한인은행은 그간 한인최대 밀집 지역인 가주에서 기반을 다진 후 타주에 진출하는 성장 구조를 이어왔다. 물론 가주가 아닌 타 지역에서 출범한 은행도 많지만 아직은 그 규모와 영업력 면에서 가주 소재 은행과 비교하기 어렵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으면서도 성장 여력은 높은 동부, 남부 그리고 중서부로의 진출은 시도해도 남가주를 직접 공략한 사례는 없었다.
한인은행 관계자들은 “제일 IC 은행이 지난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와 워싱턴 주 시애틀의 대출사무소(LPO) 운영 실적에 고무돼 지점 설립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또 한미은행의 투자담당 부장과 부행장 등을 역임하고 동부로 이동한 김 행장이 그간 LA로의 금의환향을 염원해 온 것도 남가주 진출을 결정하는데 힘을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력 수급이다. 오픈 예정 기간인 내년 1분기까지 시간이 많다지만 한인은행의 인력풀이 모자라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포지션별로 구분해보면 지점장은 오히려 구하기 쉽다. 한인은행 관계자는 “지점장의 경우 그 포지션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니라 할만한 사람들이 많다. 지점 수에 한계가 있다 보니 경력이나 능력 면에서 지점장을 소화하는데 충분한 사람들이 승진을 하지 못한 사례가 흔하다”며 “경쟁은 심해도 구인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구인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포지션은 대출, 크레딧, 그리고 IT 등이다. 지키려는 쪽과 가지려는 쪽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한인은행의 규모 성장과 경쟁에 따라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출 부서를 보자. 대출 부서의 핵심인 론 오피서는 수년간의 실무 경험 및 끈끈한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비로서 빛을 보게 되는데 항상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은행 간 직원 빼가기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제일 IC의 경우 남가주에 안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유능한 론오피서를 확보하는 것인데 이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인은행들은 제일 IC가 본격적인 스카웃에 나서기 전에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은행 론 오퍼서에게 현재보다 높은 연봉과 보너스를 보장해 이탈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론 오피서의 경우 직원 이탈시 여러 명의 직원을 데리고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잦아 이를 미리 방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한 대형 한인은행의 대출 담당자는 ” 남가주 소재 타 한인은행과 비교하면 제일 IC의 스카웃에 대한 우려가 덜한 편이다. 제일 IC의 남가주 안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능성만 보고 조지아주에 헤드쿼터를 둔 중소형 은행으로의 이직 결심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 제일 IC의 진출로 전체적인 직원 유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팩트다. 개별적인 업무능력을 고려해 연봉과 커미션 등을 높여주고 의료보험이나 은퇴연금401(k)의 장점을 어필함과 동시에 한인 특유의 ‘인정’과 ‘인맥’ 등도 동원해 인력 유출을 최대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뱅킹 분야의 급성장과 함께 한인은행들의 투자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IT 와 크레딧 분야도 각 한인은행들이 잦은 이직을 막기 위해 최근 연봉 인상과 인프라 개선에 힘쓰고 있어 생각보다 입맛에 맞는 직원을 스카웃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반면 남가주 일대 한인은행 직원들은 제일 IC의 남가주 진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제일 IC의 가세로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이직과 동시에 승진 및 임금 인상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한인은행의 베테랑 직원은 “최근 한인은행들의 경우 지점 통폐합과 구조 개선 등으로 오히려 고용을 줄이고 있는데 제일 IC가 지점을 내고 새로 진출하게 되면 아무래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셈”이라며 “특히 한동안 승진이나 연봉 인상이 없었던 직원들일 수록 제일 IC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한승 기자
●제일 IC 은행은?
지난 2000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역 최초의 한인은행으로 출범했다. 2017년 은행 지주사(퍼스트IC 코퍼레이션) 설립과 함께 은행명을 기존 제일은행에서 ‘제일IC은행’으로 변경했다. 지난 2분기 기준 자산 7억달러를 돌파했고 2016년 텍사스 캐롤턴 지점 오픈을 계기로 타주에 진출하기 시작, 올해 뉴저지와 뉴욕에도 지점을 열었다. 현재 미 동부와 중서부 포함 9개 지점과 LA와 시애틀DP 2개의 대출 사무소 (LPO )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