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투자, 과연 안전할까

상업용 부동산# 지난 수년간의 경기 호황으로 사업체가 급성장하며 기대 이상의 여유자금을 확보한 A 씨. A씨는 최근 이 여유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 전문가들과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A씨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바로 부동산 . 하지만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경기침체 전망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마음에 드는 매물이 있지만 과연 장기 보유 혹은 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 것이다.

A 씨의 염려는 아주 합리적인 반응이다. 최근 부동산 포탈 질로우가 부동산 전문가 및 경제학자 100명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2020년을 새로운 경기침체의 시작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응답자의 48%는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진행될 것이라며 그 시작점을 1분기로 특정했다. 14%는 2021년을 지목했고 24%는 경기침체가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질로우의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경기 침체 시작 예상 시점이 한층 빨라졌다는 것에 있다. 질로우가 지난해 8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3%가 2020년 4분기를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전망한 바 있었다. 월스트릿저널이 지난 5월 실시한 설문 조사 역시 응답자의 59%가 2020년 말에 경제 확장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투자의 대상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UCLA 앤더슨 경제 연구소를 포함한 연구 기관들은 주거용 시장은 위험하지만 상업용 투자는 오히려 수익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지난 10년 간의 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공급, 수요 등 모든 면에서 크게 과열되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처럼 미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지난 10여년간 평균 14% 상승해 2008년 이후 87%(물가상승률 적용)나 오른 S&P500 지수를 크게 밑돌고 있다. 공급 역시 1.6% 였던 2008년을 기점으로 지난 10년간은 0.9%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공실률과 호텔 등 숙박업소의 객실점유율은 역대 평균치를 웃돌고 있고, 임대료 상승폭도 물가 상승률보다 높다. 매년 거래량이 5000억달러를 넘는 것도 시장에 자금이 끊임 없이 유입된다는 증거다.

특히 인터넷 일상화에 따라 전자상거래용 웨어하우스 및 배송센터, 공유사무실 등의 수요 변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상업용 부동산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실례로 상업용 부동산 전문 브로커지 CBRE의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남가주 일대에서 거래된 산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는 전년동기 대비 5.5% 증가한 74억달러로 산업용 부동산 기준 역대 최고치며 올해는 120억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면서도 여러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인랜드 엠파이어어 경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웨어하우스 및 배송 센터 등을 늘리면서 남가주 일대에서 거래된 산업용 부동산의 약 25%를 차지했다. 렌트비 와 거래가격 역시 지난 1년간 각각 14%와 19%나 인상됐다.

UCLA 앤더슨 연구소도 지난 2분기 발표한 상업용 부동산 설문조사를 통해 가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빠르게 성장하면서 오히려 임대료가 더욱 빨리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앤더슨 연구소측은 2020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인 침체기를 거치겠지만 수요가 늘면서 결국 공실률은 더욱 낮아지고 임대료도 상승할 것을 점쳤다. 지역별로는 이스트베이, LA, 오렌지 카운티, 샌호아퀸 그리고 인랜드 엠파이어 등을 투자 유망지역으로 분류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중 가장 약세를 보이는 것은 리테일 시장이다. 상업용 부동산 브러커들은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중심을 이동하면서 리테일 매장에 대한 산규 개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따라서 소매 시장 투자 희망자는 신규 건물보다는 주택 재개발지나 신규 개발 커뮤니티의 건물을 매입해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일 신규 매물을 노린다면 일반 리테일이 아닌 식당이나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건물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물론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불안요소가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각종 비용이 크게 상승하며 자금 압박이 커지고 있으며 브렉시트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역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큰 위험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주요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고 여기에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의 자본환원율(자산가격 대비 소득의 비율)도 안정이어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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