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 크게 위축

주택 구매 심리

미국 부동산 시장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국책 모기지 기관 패니메의 최근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금이 주택 매입의 적기’라고 응답한 잠재적 주택구매자(바이어)의 비율은 10월 기준 21%에 불과해 전월 대비 7%포인트나 감소했다.

셀러의 시장 전망 또한 밝지 않았다. ‘지금이 집을 팔기 좋은 시기’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 41%로 9월 조사 대비 3% 포인트나 낮아졌다.

바이어와 셀러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가격이다.

미 주택 가격은 그 상승폭은 낮아졌지만 꾸준히 오르며 매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한동안 모기지 금리가 수년래 최저치를 유지하며 공급을 크게 상회하는 수요가 시장에 유입됐다”라며 “그 결과 과잉 경쟁으로 주택가격이 예상 보다 크게 올랐고 재고물량을 빠르게 소진시켰다. 여기에 연말에 접어들며 모기지 금리가 다시 상승하자 셀러들의 구매력 및 구매 심리가 다시 하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분기 현재 미 대도시 중 무려 93%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났는데 이는 2분기(91%) 대비 2% 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보통 3~4분기의 가격 상승세가 1~2분기 대비 낮게 형성되는 예년 평균치와는 반대되는 결과다.

재고물량과 신규주택 가격을 세분해 보면 가격 인상의 이유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0월 기준 미국의 재고 주택 물량은 전월 대비 4.1%, 전년 동기 대비 6.9%(약 9만 8000채)나 감소했다. 10월 새롭게 리스팅에 오른 매물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다. 가격대별로도 주택 거래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는 20만달러 이하대 주택의 재고가 15.2%나 감소했고 20만~75만달러대 중고가 매물 역시 전년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재고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 주택을 놓고 경쟁이 심해졌고 자연스럽게 가격이 오르게 된 것이다.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주택의 가격도 전체 10%만이 20만달러 이하에 형성돼 있는데 이 비율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25%였고 10년 전에는 총 40%에 달했다.

즉 재고물량, 특히 중저가 재고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규 주택의 평균가마저 높아져 잠재적 주택구매자의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렵게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셀러 역시 가격이 부담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셀러 역시 은퇴 후 시니어 홈에 입주하거나 주택 매각 후 렌트로 이동하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다른 집을 구매해 이주해야 하는데 오를 데로 오른 집값은 큰 부담이 된다. 실제 지난 9월 현재 미국의 기존 주택 중간 가격은 27만 2100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9%나 상승했고 대도시 대부분은 중간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신규주택의 경우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8.8%내린 29만 9400달러였지만, 가격 하락세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한데다 기존 주택에 비해 비싸기 때문에 쉽사리 구입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주 후 인상되는 재산세 역시 셀러들의 부담을 더하는 부분이다.

예상보다 더딘 가계소득 증가도 심리 위축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10월의 미 가계소득 증가폭을 보면 전체 16%만이 전년대비 수입이 늘었는데 이는 9월에 비해 5%포인트나 내린 수치다. 집값이 오르는 만큼 수입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다 보니 당연히 주택 구입과 같은 대형 소비에 주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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