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누가 우리의 참 이웃인가

모든 한인들 아니 전세계인들이 초유의 혼돈의 빠졌다.평범한 하루 하루가 그토록 감사한 일상이었던가 싶은 마음을 뼈저리게 느끼는 어제 오늘을 모두가 힘겹게 보내고 있다.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분명 머지 않은 미래에 다시 평범한 하루가 올 것으로 믿고 있고 조금씩 이 상황에 적응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하지만 분명 이번 사태 이후 우리에겐 남는 것도 있겠지만 잃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구절, 즉 평범한 일상에 대한 고마움과 조금은 잊고 살았던 가족 간의 사랑을 다시금 알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은 분명히 남게 될 것이다.

어려운 시기 입주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먼저 나섰던 웨스턴백화점과 코리아타운 갤러리아같은 한인타운 내 쇼핑몰 건물주들이 임대료 줄여주기 등으로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이번 사태를 겪은 후 좋은 기억으로 남게될 것이다.

반면 아쉬움을 넘어 잊어 버리고 싶은 기억도 적지 않다.

매달 규모와 영업 실적에 따라 200만 달러, 많게는 400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이 지역 한인고객을 중심으로 올리고 있는 대형 한인마켓 체인들.이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과 함께 어쩌면 가장 소중한 ‘신뢰’라는 단어를 잃게 될 것이다.

혼돈이 시작된 며칠 동안 미국 대형 그로서리 마켓체인과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매장은 물론 한인타운에 있는 한인마켓들도 혹시나 하는 불안에 대비해 사재기하려는 사람들로 넘쳤다. 많은 한인들이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넘게 기다리며 생활필수품과 식자재 구입에 시간을 보냈다.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한인마켓들은 국가비상사태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가급적 사람간 접촉을 피하라는 각 정부의 권고에 따라 주요 프로스포츠, 공연이 취소나 연기됐고 주요 민간공공 미술관과 테마파크도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식당 역시 혹시 모를 위험 방지를 위해 포장이나 배달만 가능하도록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생존에 필수적인 먹거리를 책임지는 그로서리 마켓이다 보니 출입 통제 대상에서 당연히 제외됐지만 고위험군인 연장자에 대한 배려도 없이 1~2시간을 마켓 주차장과 계산대에서 기다리게 했다. 한인타운과 인근에 있는 노인아파트에 쌀과 물 등 필수 식자재를 마켓에서 직접 싣고가 현장 판매를 하거나 타 커뮤니티나 대형 체인에서처럼 오전 이른 시간에 60~65세 이상 연장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시니어타임’을 마련하는 작은 배려조차 신경쓰지 않았다.

다중 이용 시설이다 보니 빠른 전파를 우려, 랄프스같은 타인종 그로서리 마켓처럼 시간당 입장인원을 제한하는 방법도 전혀 없이 경쟁적으로 물건을 사게끔 유도해 쌓였던 재고를 줄여 매출 급증을 노렸을 뿐이다. 쌀을 비롯한 필수 식자재의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도 거슬린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고 나면 누가 함께 살아가려고 했던 우리의 참 이웃인지 고스란히 가려지게 됐다. 어려운 시기에 그저 장사나 하려고 한 일부 한인마켓체인들에게 ‘신뢰’라는 단어는 더 이상 같은 동포 고객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경준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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