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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비 조정을 안 해준다고 악덕 임대인이라니…’
LA 인근에 소형 스트립 몰을 보유하고 있는 최 모씨. 지난달부터 임차인들의 끊이지 않는 전화와 방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임차인들의 요구조건은 한결 같다. “렌트비를 조정하거나 최소 몇 달 동안 유예해달라”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렌트비를 내려 달라고 요구하는 임차인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몇 달 돈을 안내도 강제 퇴거는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대인이라 돈도 많으니 이 정도 고통은 감내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말을 듣는 최씨의 속은 썩어 들어간다.
심지어 일부 임차인은 최근 여러 언론에 보도 된 웨스턴 빌리지, 웨스턴 백화점, &N 샤핑몰 그리고 LA 한인타운 갤러리아 쇼핑 몰 등 ‘착한 건물주’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자신들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렌트비를 안 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고 한다.
최 씨는 “그분(착한 건물주)들 사정은 몰라서 말이 조심스럽지만 저는 렌트비를 내릴 수가 없는 입장”이라며 “나도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 모은 거에 대출까지 끼고 건물을 산 사람이라 공실이 없고 렌트비가 꼬박 꼬박 다 나와도 실제 버는 돈은 없어요.다 후에 건물 가격이 오르겠지 하는 희망에 버티는 거죠. 일 년 중에 몇 번은 제 수입에서 모자라는 비용을 채우는데, 임차인들이 속 편한 부자 취급을 할 때마다 은행 잔고를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숨지었다.
최 씨와 비슷한 사정인 건물주도 “답답한 마음에 은행에 전화를 해 봤는데 아직 건물주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은 정하지 못했더라구요. 며칠만 지나면 페이먼트를 내야 하는데 임대료를 내지 않은 임차인들이 많아 현재로서는 돈이 모자라요. 지금 심정으로는 다 내려 놓고 도망가고 싶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대다수의 건물주들이 최 씨와 같은 사정이다. 원한다고 착한 건물주가 될 수 는 없다는 말이다.
다수의 상업용 건물을 관리하고 있는 한 업체의 관계자는 “중간 입장에서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의 고통이 충분히 이해된다”라며 “착한 건물주들 대다수는 자금력이 있어 건물을 페이오프 했거나 다른 수입도 있어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분들인데, 임차인들이 이런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얼마 전 임차인과 건물주와 3각 통화를 연결해 서로의 입장을 나눴다. 이럴 때일 수록 임대인과 임차인이 힘을 합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지난 부동산 경기 침체 당시 힘을 합친 건물주와 임차인은 서로 위기에서 벗아 났지만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한다는 뜻)만 하려던 사람들은 그 끝이 좋지 않았다. 건물주는 건물을, 임차인은 일자리를 잃었다. 지금은 서로 도울 때”라고 강조했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