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로 사무실 줄이는 미국기업…‘오피스 부동산 위기’ 오나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미국의 주요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이 팬데믹 후에도 오피스 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 경고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재택근무 확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 따라 미국 오피스 시장이 닷컴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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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미국의 상업용 오피스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사진은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소재 한 상업용 오피스 빌딩이 아파트로 개조한 뒤 임대공고 배너를 붙여 놓고 있다.@heraldk.com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 & Wakefield)는 뉴욕에서 임대했던 공간을 다시 임대차 시장에 내놓는 전대 물량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11월 기준 뉴욕에서만 167만2200㎡수준으로, 전년 동기 92만9500㎡에서도 크게 늘었다.

재고가 쌓이며 임대 수익성도 악화됐다. 당초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수익성 악화에서 다소 비껴갈 것으로 예상돼던 프라임오피스 소유주들도 임대료 하락이 현실화되며,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뉴욕 중심부인 그랜드 센트럴 역 인근에 위치한 30억 달러 규모의 원 밴더빌트 빌딩은, 이달 임대료가 종전 대비 5~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세빌스도 맨해튼의 전대 공간이 올 3분기 연초보다 46.8%가 늘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에 가까워졌다고 집계했다.

IT 산업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8월말 핀터레스트가 4만5522㎡ 규모의 빌딩 임대 계약을 895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취소했고, 그보다 한달 뒤 트위터도 임대해 쓰던 9만7548㎡의 공간을 다시 시장에 내놨다.

세빌스는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Bay Area)에서 올 들어 9월까지 전대 공간이 148% 늘어났다고 밝혔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베스티안(Vestian)의 마이클 실버 회장은 “올 3월만 해도 개발자들은 ‘지금은 예외적인 때로, 모든 것이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했지만, 돌아갈 수 없다”며 “많은 회사들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의 오피스 공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리서치 회사인 그린 스트리트(Green Street)의 오피스 담당 다니엘 이스마일도 “(팬데믹 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오피스 수요는 10~15%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 대도시가 임대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린스트리트가 4년에서 5년 동안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던 업무 습관의 변화가 (코로나19로) 몇 달 만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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