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이 빚어내는 장려한 순간을 담아내려는 사진작가의 열정 앞에 60여마일에 걸친 비포장 도로를 3시간씩 운전해야 하는 험로는 그저 평탄하기 짝이 없는 길일 뿐이다. 촬영하기 좋은 장소에 도착했지만 잔뜩 찌푸린 먹구름이 내려 앉아 있으니 곧 어두워질 시간이라 그것이 애를 태울 따름이다.
이게 어쩐 일인가. 느닷없이 하늘이 열린다. 붉은 듯 햇노랗고 검은 듯 푸르른 찬란한 석양이 천지개벽하듯 펼쳐진다. 땀 흘려 고생한 여정에 이만한 보상은 없다.채 10여분이 안되는 동안 작가는 수백번 셔터를 눌러댄다. 코로나19라는 역병으로 어둠에 뒤덮였던 2020년이 저물어간다. 새로운 해, 2021년이 바통을 넘겨받아 푸르름을 열어줄 것이다.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고행이 멈춘 곳에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모든 아픔과 고통 또한 그렇게 사라지리라.
황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