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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주택 시장은 유례 없는 물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지난달 기준 미국의 주택 시장 재고 물량은 약 1개월 수준에 그쳐 정상치인 6개월 대비 1/6 수준에 불과했다.
재고물량 부족은 역대 최저수준의 모기지 금리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대다수 도시의 주택 가격을 역대 최고점까지 끌어올렸다.
‘묻지마 쇼핑(집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고 웃돈을 얹어 사들이는)’과 20~30개 이상 복수오퍼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모두 재고물량 부족이 그 원인이다.
최근 미 주택 건설 업계에서는 이 재고물량 해소의 대안으로 3D 프린팅 주택이 급부상하고 있다.
3D 프린팅 주택은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건축허가 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이콘(ICON)이라는 회사가 텍사스 주 오스틴에 노숙인 쉼터 목적으로 3D 프린팅 건물을 건설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1베드룸 크기의 ‘관제’ 시설이었고 판매 목적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2월 미국 최초로 뉴욕주 롱 아일랜드 캘버턴(Calverton) 에서 3D 프린팅 주택이 주거용 건축 심의를 통과하며 판도가 달라졌다.
지난달 미국 최초의 3D 프린팅 주택 업체 `SQ4D`이 공개한 분양현장은 3D 프린팅의 경쟁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SQ4D가 개발하고 맨해튼 소재 엔지니어링 회사 H2M이 디자인을 맡은 주택 한 채를 시공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48시간 투입 인원도 단 3명에 불과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프레임 제조를 넘어 단열 그리고 배관 등 전문 분야까지 쉽게 설치됐다. 주택의 평균 수명(50년)은 물론 기타 내구성에서도 일반 주택과 전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최종 공사비와 분양가도 유사 주택 대비 각각 70%와 37% 이상 낮았다.
건축 전문가들은 “구조면에서 너무 단순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큰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공정을 기계가 처리해 빠르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우려하는 코로나 19 감염 위험도 적다. 친환경 적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어서 각 지방 정부의 환경 평가 통과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Q4D`이 물꼬를 트면서 기타 업체들도 일제히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건설업체 팔라리 (Palari)가 남가주 랜초 미라지에 15채 주택 커뮤니티 개발을 발표했고 텍사스 소재 3D 프린트 업체 아이콘도 이스트 오스틴 지역에 주택 단지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아이콘 측은 그간 오스틴 시와 멕시코 등지에서 비영리 단체를 위한 노숙자 주택을 건설해 왔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 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
팔라리와 아이콘의 주택은 SQ4D가 공개한 최초의 모델 홈에 비해 한층 발전한 구조다.
1층 박스형태였던 SQ4D와 달리 복층에 수영장 그리고 별채 등을 갖추고 있고 주택 내부는 입주자 편의를 위해 다양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아이콘 측은 “유사 주택 이상의 수준의 집을 지으면서도 공사비와 분양가를 10~30% 이상 낮출 수 있고 모든 공사 과정을 수개월 안에 마무리 할 수 있다”며 “건축 소재도 단순한 콘크리트가 아닌 철강 등 다양한 자재를 이용할 수 있어 지진 등 자연재해와 곰팡이와 침수 그리고 터마이트 등에 대한 내구성도 더 강하다”고 전했다.
남가주 랜초 미라지에 주택 단지를 조성하는 팔라리 측도 “건설 과정에서 건축비를 40%가량 낮춰 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도 99% 이상 줄일 수 있다”며 “전력 또한 태양열을 통해 공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3D 프린팅 주택이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크게 늘고 있다.
아이콘은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59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자들의 명단을 보면 오크하우스와 시엘로 프로퍼티, DR 호튼 등 업계 선두주자들로 채워져 있다. 부동산 경제학자들은 “건축비가 낮다는 것과 빠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조달도 용의해 진다는 의미”라며 “자동화 공정으로 인력문제도 해결한 상황에서 유일한 문제는 부지 확보다. 부지 확보만 가능하다면 앞으로 수년 안에 3D 프린팅 주택 기업이 기존 건설업체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물량 공급 측면에서 보면 3D와 일반 주택의 건축시간이 1100%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며 “3D 주택이 재고물량 해소의 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