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있는 노인아파트에 사는 김용신(85) 할아버지는 요즘 거의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할 때는 꼭 호루라기를 챙긴다.누군가 공격하면 빠르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방어수단이다. 김 할아버지는 “감오겡 갇힌 것처럼 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생활”이라며 “산책은 감히 엄두도 못낸다”라며 한숨지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향란(74)씨는 아예 LA에서 좀 떨어진 주택가의 딸네 집으로 잠시 거처를 옮겼다.딸이 엄마의 안전을 걱정해 취한 조치다.LA코리아타운아파트에 살고 있는 채성희(74)씨는 5분 거리 남짓 걸어가면 되는 한인마켓을 갈 때도 아들과 함께 다녀온다. 한국에 사는 딸은 예전보다 더 자주 전화를 걸어와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급증하면서 한인이 밀집한 지역인 LA조차 더이상 안전지대가 못돼 특히 노약한 한인 노인들의 일상이 불안과 공포로 얼룰지고 있다. AP통신은 20일(현지시간) 아시안 증오범죄 현상과 연관된 LA한인노인들의 최근 생활을 특집으로 조명했다.
AP에 따르면 한인 노인들은 두려움 속에만 웅크리고 있지는 않다.이전호(76)씨는 걸을 때 보행기가 필요할 정도로 건강이 썩 좋지 않은 데다 다른 한인 노인들과 비슷한 걱정에 외출을 삼가다가 최근 아시아계 혐오범죄가 반복되는 것을 보고 규탄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버스를 갈아타면서까지 코리아타운에 가서 얼마전 LA한인회를 중심으로 펼친 규탄시위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이씨는 “시간이 많거나 건강해서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시아계라고 침묵할 수 없으며 우리는 뭉쳐야 한다”라고 말했다.AP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