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가 지난달 10일 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서 우승한 순간 18번홀 그린 주변을 가득 메운 갤러리가 축하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31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찰스 슈왑 챌린지 최종라운드에선 구름 관중이 ‘텍사스 보이’ 조던 스피스(미국)를 따라다니며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소리를 지르며 스피스 이름을 연호했다. 지난달 초 웰스 파고 챔피언십서도 수백명의 갤러리가 18번홀 그린에 몰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며 그의 우승을 축하했다.
PGA 투어는 미국 성인의 50% 이상이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하는 등 빠른 속도로 백신이 보급되면서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다. 제한적인 숫자이긴 하나 갤러리 입장을 허용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다. 필 미켈슨(미국)이 메이저 최고령으로 우승한 PGA 챔피언십 최종일엔 수천명이 몰려들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대회 입장이 전면 금지된 국내 골프팬으로선 부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오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에서 개막되는 US여자오픈과 17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시작되는 US오픈에 제한된 관중 입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오는 7월15일 영국 켄트주 로열 세인트 조지스에서 개막되는 브리티시오픈(디오픈)도 관중 입장이 허용될 전망이다. 디오픈을 주관하는 영국골프협회(R&A)는 수용 능력의 75%에 이르는 관중을 입장시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영국이 유럽에서 백신 보급이 가장 빠른 만큼 전면개방 가능성도 점쳐진다. R&A 최고경영자 마틴 슬럼버스는 “많은 관중은 선수들의 경기력도 더 향상시킨다”며 “가능하면 많은 관중이 들어오길 바란다”고 했다.
박민지가 지난달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캐디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환호하는 갤러리가 없어 다소 썰렁한 모습이다. [KLPGA 제공] |
미국·영국과 달리 국내 프로골프 투어는 여전히 갤러리 입장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한번도 관중을 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오는 13일까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인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2단계가 적용되는 지역의 스포츠 경기장에서는 수용 인원의 10%까지, 1.5단계에서는 30%까지 관중을 받을 수 있다. 올시즌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유관중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특히 1~2칸 씩 띄어 앉게 했던 프로야구는 31일 가족과 지인 최대 4명이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제한을 더욱 완화했다.
하지만 골프는 실외에서 펼쳐지는 종목임에도 여전히 까다로운 잣대로 빗장을 잠그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대회 주최사와 협회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관리할 인력, 장비 등 방역 비용이 두세배로 치솟는다는 점도 고려됐다.
6월 대회까지 무관중으로 운영키로 한 KLPGA의 한 관계자는 “다른 종목의 경우 지정좌석제 등 거리두기가 가능하지만 골프장은 관중이 특정 선수, 특정 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6월까지 무관중 운영을 한 뒤 이후는 상황을 보고 대회 스폰서 측과 논의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KPGA 관계자 역시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과 해당 지자체, 대회 스폰서 등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언제부터 관중 입장을 허용할지 일정을 잡지는 못했지만, 8월 경남 양산서 열리는 KPGA선수권대회부터 조심스럽게 논의가 시작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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