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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 내부에서 재택 근무 직원에 대한 차등 임금제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택 근무 직원에 대한 차등 임금제란 최근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고민 중인 시스템이다.
쉽게 설명하면 재택근무 직원이 출근 직원에 비해 회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적은 만큼 임금의 일부를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LA한인타운에서 왕복 약 2시간가량이 소요되는 토랜스 지역에 거주하는 재택 직원에게는 약 10% 정도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해당 직원의 월급이 5000달러라고 가정하면 출퇴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대신 4500달러만 수령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재택 근무 직원 거주지의 주거비용과 물가를 종합해 차등적으로 정해지는데 거리가 멀고 물가가 낮을 수록 삭감폭도 올라가게 설계돼 있다.
재택 근무 직원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차등 임금제는 찬반 양론이 나뉠 뿐 아니라 소송에 대한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차등 임금제를 도입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한 은행 직원은 “출퇴근은 단순히 그 시간과 에너지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출퇴근에 필요한 개스, 차량 관리 비용(타이어, 엔진오일, 세차 등), 대중 교통 비용 그리고 의류 구입 및 세탁비 등도 함께 생각해야 하며 여기에 점심값 및 기타 비용(커피, 간식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라며 “단순히 따지면 재택근무로 수입이 500달러 줄어들지만 출퇴근 없이 집에서만 일할 수 있다면 오히려 돈을 절약할 수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에서 벗어나는 것도 덤이다. 사회적 성공보다 개인적 행복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반길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정적 입장에서는 “머리로는 출퇴근 없이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사기가 꺾일 수 있고 향후 승진 등에도 나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차별 받았다며 소송을 거는 직원도 잇따라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차등임금제를 검토 중인 A상장은행에 따르면 모든 직원의 명단과 업무를 보면서 나름대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직원을 재택만으로도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는 직군과 재택은 어려운 직군 그리고 병행 직군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 병행 직군은 따로 두고 신규 채용 때부터 아예 출근과 재택을 나누어 받는 방법도 고려되고 있다. 재택과 출근 비율에 따라 오피스 임대 면적과 기타 소요 비용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예산 편성과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법 전문 변호사들은 “직원들의 서면 동의만 받을 수 있다면 소송 위험은 없을 것”이라며 “단 재택 근무가 전면화된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니어서 앞으로 허점을 발견하고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성급하게 도입하기 보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