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수”…증오 시달리는 한인사회 손잡은 인권운동가 잭슨 목사

뉴욕한인회 찾아 “흑인·아시아계 힘합쳐 증오범죄 퇴치하자”…올봄 공동집회 제안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한인회관을 방문해 찰스 윤(왼쪽에서 두번째) 뉴욕한인회장 등 한인사회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미국의 저명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오른쪽에서 두번째) 목사(뉴욕=연합)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뉴욕한인회관을 방문해 찰스 윤(왼쪽에서 두번째) 뉴욕한인회장 등 한인사회 지도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미국의 저명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오른쪽에서 두번째) 목사(뉴욕=연합)

“우리가 다수입니다. 우리가 다수입니다.”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 급증에 신음하는 미국 뉴욕 한인사회가 22일(현지시간) 응원의 메시지를 받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80) 목사는 이날 오후 미국 뉴욕시 뉴욕한인회관을 방문,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을 비롯한 한인사회 지도자 16명과 만나 인종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후계자로 불리는 거물 인권운동가인 그는 파킨슨병 투병으로 또렷하게 발음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최근 한인교회를 방문하는 등 아시아계 증오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잭슨 목사는 아시아계와 흑인 등 소수계 커뮤니티를 합치면 다수가 된다는 점을 거듭 언급하면서 인종 간 연대를 통해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증오범죄와 인종차별을 당하고도 충분히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던 아시아계를 향해 “보이지 않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 더욱 더 눈에 띄어야 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라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권익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랫동안 인종차별에 시달린 흑인 사회와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가 힘을 합쳐 반(反)아시안 증오범죄를 퇴치해야 한다며 올해 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대규모 집회를 함께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이 이끄는 전국 단위 시민단체 ‘레인보우 연합’에도 한인 사회가 가담할 것을 권유했다고 윤 회장은 전했다.

잭슨 목사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의 역사는 매우 길다. 이민 초창기 때부터 있어왔다”라며 1882년 중국배제법,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 강제수용 등의 과거 사례를 열거하기도 했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 대유행 때도 지금처럼 아시아계 미국인을 탓하는 현상이 일부 벌어졌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따라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완전히 새로운 현상까지는 아니고, 휴대전화 카메라 등의 보급으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된 영향도 있다고 잭슨 목사는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잭슨 목사는 “증오는 당연한 게 아니다”라며 한인사회를 위해 함께 기도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인사회 지도자들은 직간접적인 인종차별 경험담을 털어놓으면서 “침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라며 잭슨 목사에게 동조했다.

최근 ‘아시아계는 죽어야 한다’는 내용의 증오 메일을 받았다는 윤 회장은 “저명한 인권운동가가 직접 와 ‘모든 커뮤니티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하니 한인사회로서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1960년대 킹 목사와 함께 흑인 민권운동에 앞장섰던 잭슨 목사는 1984년과 1988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도 참여하는 등 시민사회와 정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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