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캘리포이나주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모습.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면서 공실률이 증가하고 동시에 부동산 가치 하락과 대출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공실률이 3년 전 5%에서 2022년 말에는 약 19%로 증가했다. [로이터] |
상업용 부동산(CRE)이 금융 위기의 새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CRE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은행들이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의 역풍이 또다른 은행 위기를 촉발할 것이란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내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며 “CRE로 인한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지방은행 위기에 이어 다음 뇌관은 CRE이 될 것이라며,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CRE 대출까지 조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미국 상위 25개 시장의 공실률이 모두 상승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공실률이 3년 전 5%에서 2022년 말에는 약 19%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며 공실률이 높아진데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차입비용이 늘면서 상업용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실률이 늘면서 부동산 가치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직격탄은 이번에도 소규모 지역 은행이 가장 먼저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CRE 대출 시장 규모는 5조6000억달러(약 7282조원)로, 이 중 70%는 소규모 지역 은행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에 따르면 CRE 대출은 소형 은행 전체 대출의 43%를 차지하는 반면, 대형 은행의 경우 13%에 불과하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또다른 중소은행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WSJ는 “중소은행들의 CRE 대출 노출은 유독 높다”면서 “부동산 가치 하락이 은행을 짓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더군다나 최근 금융 시장 불안이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위기는 더욱 악화할 수 밖에 없다. 재정건전성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까지 축소한다면 CRE 시장의 연쇄 위기는 불가피하다. 총신 JP모건 분석가는 “올해 CRE 대출을 받은 이들의 신용 가용성이 이미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소규모 은행들의 대출 철회가 2,3차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CRE 채무 증권의 미실현 손실이 지난 분기 430억달러라고 밝혔다. 마틴 그루엔버그 FDIC 회장은 “상업용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낮은 이익과 높은 차입비용을 결합하면 부동산에 대한 평가가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지속적인 감독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금융 시장에 불러올 충격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WSJ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사례를 예로 들며 SVB가 채권 매각으로 18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으며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촉발시킨 반면, 현재 은행들은 보유한 CRE 채무 증권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VB 사태 당시보다 불확실성이 크고, 위기의 심각성도 예상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즉각적인 위기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CRE 시장 위축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것을 다른 은행 위기와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이 아니라 금리인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피력한 바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27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 논평가인 코베이시 레터를 인용해 “또 다른 금융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코베이시 레터는 “향후 5년 동안 2조5000억달러(약 3255조원) 이상의 상업용 부동산 부채가 만기가 될 것”이라며 “이것은 역사상 최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레터는 대출 금리 상승으로 재융자 비용도 높아졌음을 지적하면서 “다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이 글을 리트윗하면서 “여기에 주거용 모기지가 추가돼야 한다”며 “이것은 지금까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