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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LA 한인타운에 노숙자 거주 시설 설치가 추진될 당시 이른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논란이 있었다.
님비란 공공의 이익일 수 있지만 개인 또는 특정 집단에게 불이익이 되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을 뜻하는 것으로 흔히 이기적인 행동으로 치부된다.
노숙자 거주 시실 외에도 쓰레기처리장이나 교도소, 방사능물질 폐기장, 그리고 화장터 등이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번번히 부딪히는 시설들이다.특정 시설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님비로 몰아 붙이는 사람들은 “당신들 동네에 집값이 떨어지니 반대하는 것”이라며 “물질적 보상만을 원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곤 한다.
반면 님비로 몰리는 주민들은 “그 고통은 안 당해보면 모른다. 남의 일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미국에 온 후 학업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장기간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노숙자 문제는 정말 심각했다.
관광 명소인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전경 뒤에는 도시 곳곳 주민들의 주택 인근까지 퍼진 노숙자 텐트와 이에 따른 오물과 약물 남용 문제, 주민들과의 마찰과 폭력이 동반된 대립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자리잡고 있었다.
다행히 학교에 다니던 기간 동안에는 텐더로인을 포함한 일부 지역 외에는 그래도 적정한 수준이란 것이 유지되고 있었다. 암묵적인 구역 분간이 있어 특정 시간에 특정 지역만 조심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배리어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아름다운 도시 전체에 노숙자 텐트촌이 마구 퍼져 나가고 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 다시 한번 님비 현상에 대한 말이 나왔다. 이 친구가 거주하고 있는 미션 디스트릭트 일대 주민들이 약 3만 달러의 사비를 모아 거리 곳곳에 다양한 구조물(화분, 나무 등 포함)을 설치해 노숙자들의 텐트 설치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노숙자 문제를 방치하니 자체 대응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미션 디스트릭트 외 지역에서도 ‘고 펀드 미’ 등을 통한 모금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사람들이 노숙까지 하게 된 데는 수 많은 뒷이야기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로 인해 생겨나는 결과물은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오물 방치와 그에 따른 악취, 약물남용, 자리싸움, 그리고 구걸 과정에서 보여지는 공격적인 행동은 주민들의 일상 생활을 어렵게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역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현재 샌프란시스코 일대에는 약 7600명 이상의 노숙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4400여명이 매일 길거리에서 텐트나 차량을 이용해 거주하고 있다.
가주 전체로도 미국 노숙자의 약 1/3이 집중돼 있는데 이들 절대 다수가 노숙자 거주 시설이 아닌 거리에 머물고 있다.
친구는 “시 정부에 거의 매일 민원을 넣고 있지만 철저히 무시 당하고 있다”라며 “남의 사유지를 무단 침범해 잠을 자는 것도 문제인데 약물과 폭력, 악취 등에 대해 시 정부는 방관하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얼마 전에는 담장 안으로 쓰레기와 배설물, 그리고 술병까지 던져 신고했더니 그 사람들도 살아야지 좀 양해해 주세요 라는 황당한 답변을 하더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의 이웃 역시 “노숙자가 텐트촌을 만든 이후 거리에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고 있다”며 “시 정부 측에서 특정 지역에 노숙자를 분산 배치해 주민들과 노숙자 모두의 거주권을 보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노숙자 지원 단체 관계자들은 주민들의 이런 움직임을 “이기적 행동과 에너지의 낭비”로 치부하며 차라리 그 시간에 돈을 노숙자 거주 시설 건설에 지원하고 배척이 아닌 대화로 합의점을 찾아 달라고 호소한다.과연 가능한 일일까? 안타깝게도 개인적인 대답은 NO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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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승/취재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