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희의 커피 이야기] 맛과 향 결정하는 많은 변수, 세상에 같은 커피는 없어

요즘 커피가 유행이다 보니 집이나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홈카페를 준비하고 커피를 즐기는 분들이 많다. 카페에서 커피를 다루고 서빙하는 사람을 바리스타라 칭하듯, 홈카페에서 커피를 다루시는 분들 또한 당연히 바리스타다. 전문 교육기관에 교육받고 자격증을 따고 이름난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도 있지만 집이나 아니면 다른 공간에서 자신을 비롯해 다른 누군가와 함께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즐기면서 커피가 있는 공간을 카페라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수많은 일상의 바리스타들이 있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할 때 기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세 가지 개념이 있는데 수율(Yield). 농도 또는 강도(Strength), 그리고 비율(Ratio)이다. 수율은 우리가 사용하는 커피콩에서 추출을 통해 어느 정도의 커피를 뽑아내느냐를 수치화한 것으로 보통 커피콩을 100%로 보았을 때 우리가 뽑아낼 수 있는 커피 성분은 최대가 28% 정도인데 실제 28%를 다 뽑아내지는 않고 적정 수치를 18%~22%를 보고 있다. 18% 정도면 산미가 좋은 상태이고 여기서 %가 올라갈수록 쓴맛이 올라가고 22%가 넘어가면서 잡미가 많아진다.

농도는 추출한 물속에 들어있는 커피 성분의 비율로 보통 1.1%에서 1.5% 사이를 적정선으로 보는데 좁게는 1.15%에서 1.35%를 적정선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1.15% 정도를 선호하고 유럽이나 호주에서는 1.35% 이상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숫자들이야 그다지 피부에 와닿는 숫자들은 아니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추출 비율이다. 추출비율은 우리가 사용한 커피 양과 사용한 물 양의 비율을 말하는데 사실 이것만 잘 조절하면 대충 수율과 농도도 잘 조절할 수 있다.

보통 에스프레소는 1:2 비율로 추출하고 거기에 물을 3배 넣느냐 4배 넣느냐로 롱블랙이냐 아메리카노냐를 구분한다. 그리고 드립퍼나 다른 도구를 사용해 추출할 때는 커피와 물의 비율을 1:14에서 1:16까지 정도를 적정 비율로 본다. 그런데 이때 비율은 커피양과 추출된 물 양의 비율이므로 실제 사용된 물 양은 커피가 젖는 물 양을 더해서 그 숫자보다 1~2 정도를 더 더하면 된다. 즉, 커피 양이 20g이라면 뜨거운 물을 15배에서 18배 정도인 300g에서 360g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15배 정도면 커피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고 18배 정도면 연하다 싶을 정도의 느낌이 날 것이다.

사실 커피의 가장 큰 매력은 엄청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변하는 커피의 맛과 향에 있다. 앞에서 말한 수율, 농도, 비율은 수많은 변수중 그저 하나일 뿐이다. 그라인더에서 갈리는 커피의 분쇄도에 따라서 그리고 추출하는 물의 온도에 따라서도 커피의 맛과 향은 정말 이게 같은 커피인가 싶을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또 커피를 내리는 장소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손길에 따라서도 커피의 맛과 향은 좌우된다. 당연히 추출 도구를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종이 필터나 금속 필터냐의 차이에 의해서 커피의 맛과 향은 흔들리며 커피가 담기는 잔에 의해서도 그 맛이 살짝살짝 변주된다. 그리고 당연히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느냐가 엄청 큰 변수가 되기도 한다.

사실 커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이렇게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 보니 내 앞에 놓인 이 한 잔의 커피는 내 인생에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커피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재현불가능성, 어쩌면 이게 커피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런 재현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사람이 바로 바리스타이고 재현불가능한 커피를 추출해 다른 이들과 나누면서 동시에 재현가능이라는 허상을 향한 불가능한 도전을 즐기는 것이 어쩌면 커피를 끊임없이 추출하고 마시고 나누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커피산업에는 불가능이란 없다. 고유 로고와 분위기를 고집하는 스타벅스도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에는 그 나라에 맞는 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애쓴다. 인사동에 위치한 스타벅스가 한글로 로고를 쓰는 경우도 그러하다. 사진은 일본에 진출한 스타벅스가 후쿠오카 도심에 오픈한 실내 모습이다. 일본의 전통적 인테리어 요소인 나무를 활용했다. 후쿠오카의 이 스타벅스 매장은 후쿠오카의 랜드마크로 떠올라 이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꼭 방문해야하는 핫플이 됐다. Photo / malee

요즘 한국의 현실을 보고 있자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비기득권층과 소수자들을 대리한다고 말만 하는 정치인을 비롯해 그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법적 불가능성만 이야기하면서 탄핵이나 퇴진이란 단어를 금기시하며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자, 혹은 다음 선거를 기대하자며 결국은 권력과 기득권을 비호한다. 그들이 법적불가능성이란 단어 뒤에 숨어 자신의 무능과 비겁을 가리면서 하는 말과 행동들이 얼마나 폭력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불가능하다는 말이 법의 테두리 밖으로 내쳐진 타자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이고 잔인한지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커피를 다루면서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감동적으로 느끼는 것은 불가능성의 가능성이다. 불가능하기에 가능을 꿈꾸는 것이고 가능성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 행복한 것이다. 불가능하다고 손 놓고 있으면 내 앞에는 있는 이 한 잔의 커피는 아무 의미가 없다. 불가능하다고 말만 하고 있으면 난 바리스타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커피를 내리는 이는 바리스타이고 모든 바리스타는 불가능의 가능성을 추구할 때 바리스타이다. 불가능하다고만 이야기하는 자들은 커피를 내릴, 그리고 마실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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