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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10번 프리웨이(도시 고속도로)를 덮친 대규모 화재가 방화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LA시 관계자들은 13일 지난 11일 새벽 발생한 화재가 누군가의 의도적인 방화 탓이라고 결론짓고 피해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통행이 차단된 도로를 다시 개통하는 데 얼마가 걸릴 지 평가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 현장의 10번 프리웨이가 LA도심의 핵심축이라는 점에서 그 피해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프리웨이를 받치는 기둥 가운데 100개 이상이 손상됐고 그 중 9~10개가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13일 LA현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말했다.
정확한 화재원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뉴섬 주지사는 이날 회견에서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말해 방화를 확신했다.
LA타임즈는 10번 프리웨이 화재구간이 철거되거나 개보수될 지 여부는 현장의 공식 테스트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이로 인해 10번 프리웨이와 연결되는 5번,60번,110번 등 주요 프리웨이로 통근하는 수 십만 명의 시민이 간선도로 등으로 우회함으로써 유례없는 교통혼잡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주민들의 휴대폰으로 경고문자가 발송된 덕분인 지 13일 출퇴근 시간에는 예상과 달리 큰 혼잡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LA타임즈가 전했다.
화재는 11일 자정을 넘은 시각 LA다운타운 알라메다 스트릿(Alameda Street) 고가도로 인근 1700블록 이스트 14번가에서 보고됐다. 프리웨이 아래 목재 화물운반대(팔레트) 야적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두 번째 팔레트 야적장으로 번져 프리웨이를 받치는 고가도로가 손상되고 소방차를 포함한 차량 여러 대가 파손됐다고 당국은 밝혔다.
그곳에 목재 팔레트가 인화성이어서 불길이 크게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한 조사관에 따르면 팔레트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쌓아둔 손소독제 등이 고가도로 아래에 보관돼 있어서 불길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가주 소방국의 고위책임자인 대니얼 벌랜트는 “화재의 발화 지점을 확인했다”라며 “수사관들이 증거를 찾기 위해 잔해를 파헤쳤고 목격자를 찾기 위해 인근 지역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화재가 발생한 현장은 주 정부나 연방 기관의 허가 없이 고가도로 아래에 저장 장소를 차지하고 있던 에이펙스라는 개발업체가 임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LA 서북쪽 칼라바사스에 소재한 이 회사가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상태이며 임대 계약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브리핑에서 덧붙였다.
무엇보다 관계당국은 평소 교통량이 많은 10번 프리웨이의 1마일 가량을 화재 때문에 폐쇄한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를 판단하느라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미 연방교통부 장관은 캐런 배스(Karen Bass) LA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연방정부가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프리웨이 중 한곳의 구간을 폐쇄하는 데 따른 영향을 알고 있다고 말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해주고 있다.캘리포니아주 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긴급 지원금이 확보됐다.
캘리포니아 주 교통 장관 톡스 오미샤킨(Toks Omishakin)은 현장에서 위험 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구조 엔지니어와 유지 보수 직원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현장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는 육교 아래와 가장 심하게 손상된 지역에 버팀목을 설치했다. 현장의 비디오 영상에는 프리웨이의 아랫부분이 불타 그을린 상태와 부서진 기둥 등이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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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 시장은 “10번 프리웨이를 다니지 못하면 주민들의 삶과 생업에 시간과 돈이 소요될 것”이라며 “직장 출퇴근은 물론, 자녀 양육 계획, 상품의 유통과 상거래의 흐름에 관해서든, 모든 분야에서 LA주민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개탄했다.
배스 시장은 현장 인근에서 홈리스 16명이 텐트를 치고 있었지만 모두 호텔과 모텔 등으로 옮겼다고 말하며 “우리는 이번 화재가 홈리스들 때문이었다고 가정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라고 말했다.
LA타임즈가 화재 현장 인근의 주민들의 증언을 전한 바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홈리스들로 인해 작은 불이 일어나 소방관들이 자주 왔다.
몇달 전에도 팔레트 야적장에서 불이 나 지역 사업주들이 ‘캠핑금지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현장 인근에서 팔레트 업체를 운영하는 데이빗 코르테츠라는 사업주는 노숙자들이 전기를 이용하기 위해 전선을 조작하는 것이 걱정됐다고 말했다.그는 “물을 얻기 위해 펜치를 사용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소화전이 손상됐다”고 증언했다.
한편 교통 관계자들은 Emergency.lacity.gov 에서 온라인으로 우회 상태를 확인하도록 권했으며 통근자들은 511에 전화하거나 Metro.net에서 대체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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