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 돌봄 지원하니 “아이 낳을래요”…교육부 ‘늘봄학교’ 2학기부터 전국 확대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경북 상주 소재 옥산초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인 요리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옥산초 제공]

“농번기에 아이들 저녁만 먹여 하교시켜줘도 충분해요.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으면 불안해서 일을 못합니다.” 초등 전일제 돌봄정책 ‘늘봄학교’를 지난해 시범 운영한 경북 상주시 소재 옥산초 학부모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옥산초 전교생은 40명, 이들 학부모 대다수는 농업 종사자다. 옥산초에서 농번기인 4~10월에 집중해 오후 시간대 드론·한자·놀이체육 등으로 구성된 교육 및 저녁 식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 결과, 전교생 절반이 옥산초 늘봄학교에 참여했다. 시내 학생들에게도 개방한 토요일 보육 프로그램엔 매주 100여명이 찾았다.

다만 옥산초는 올해부턴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축소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김 교장이 늘봄학교 시범운영 참여의사를 밝혔을 때까지만 해도 교사들의 반발이 컸다. 김 교장은 “보육까지 교육 현장에서 책임지는 것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도 적지 않아, 올해부턴 저녁식사 위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옥산초 사례는 올해 전국 확대 시행을 앞둔 늘봄학교가 맞닥트린 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장 저녁 8시까지 방과후수업 등 돌봄을 제공하는 ‘늘봄학교’는 학부모 사이에서 호응이 크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추진방안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학부모는 늘봄학교를 통해 최대 13시간까지 돌봄 부담을 덜 수 있다. 양육시간 문제로 출산을 포기해왔던 맞벌이 부부의 고민을 공교육에서 해결하는 게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에선 업무 가중을 우려하는 교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늘봄학교는 2004년 도입된 초등돌봄교실을 확장한 개념이다. 초등돌봄은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운영시간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현재 전국 459개 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 중인 교육부는 당초 2025년이었던 전국 확대 시점을 올해 2학기로 앞당겼다.

늘봄학교를 시범 도입한 현장 만족도는 높다. 특히 돌봄 부담이 큰 학부모의 호응이 크다. 늘봄학교 시범운영 학교인 경북 소재 점촌북초 박성암 늘봄학교 담당부장은 “특히 교사보다 일찍 등교해 사실상 방치 상태에 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아침돌봄 프로그램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점촌북초는 아침돌봄으로 건강 스포츠 프로그램, 간편식 제공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시민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경북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0)씨는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시부모에게 손을 벌리기도 어렵고, 맞벌이를 그만둘 수도 없으니 ‘딩크’일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도 “늘봄학교가 확대 시행되면 아이를 낳는 쪽으로도 이야기를 해볼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일선 교사들의 반발은 해결 과제다. 교육부는 기간제교사 등 인력을 대거 투입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장에선 결국 일선 교사들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이미 시범운영 단계에서부터 차질을 빚은 학교도 적지 않다.

늘봄학교에 참여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했지만 전문 역량을 갖춘 교사들을 구하기 어려워 결국 내부 교사들의 손을 빌려야 했다”고 말했다. 인천교사노조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늘봄학교 업무를 담당 30개교 교사 67.4%는 예산 사용과 처리에, 47.1%는 교사 채용 및 프로그램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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