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기술유출 양형기준 상향 임기중 과업…신속한 수정 필요”

지난달 중국 경쟁사에 반도체 핵심 기술을 무단으로 넘긴 삼성전자 전직 부장과 협력업체 팀장이 구속되는 등 대기업발 기술유출 사태가 끊이지 않으면서, 영업비밀침해행위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역시 이같은 취지에 공감하면서 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 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국민의힘) 질의에 대한 국정감사 서면 답변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양형기준의 신속한 수정 필요성에 대해 양형위원회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에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 수정을 임기 중 상반기 과업으로 선정해 다른 범죄군에 우선해 수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서면질의에서 “기술 유출 사건의 신속하고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 기술 유출은 반드시 적발되고 회복불능의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법부가 앞장서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산업기술보호법 등 기술유출범죄 법정형은 이미 상향된 만큼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무부·대검찰청·경찰청 등으로부터 대법원 양형위에 전달, 양형기준 초안이 작성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2017년 5월 양형기준 수정 이후 2019년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법률 개정으로 각 법정형이 상향됐으며, 국가핵심기술 국외유출의 경우 별도 법정형이 설정됐다”며 “현 양형기준 적용 이후 법정형이 상향된 사정을 반영해 양형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가장 높은 형량기준인 가중영역조차 최대 4년(국내유출) 또는 6년(국외유출)으로,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의 법정형(국내유출 10년, 국외유출 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찰청 역시 양형위에 낸 의견서에서 “피해의 심각성 등 법정형 상향 취지 및 피해규모의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죄질에 비해 약한 처벌을 받는 특성을 반영해 양형기준 상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에서 2021년~2022년 검찰에 송치한 영업비밀 침해 193건의 처분 결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금고 이상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검찰청은 용역연구를 통해 “현행 양형기준에 대한 합리적인 수정방안으로 기술유출범죄 양형기준을 세부 유형을 국내유출사범과 국외유출사범으로만 유형 분류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범죄의 심각성 등급을 좀 더 세분할 필요가 있다”며 “대체로 5~6개 유형으로 세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양형기준이란 법관이 형을 정함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말한다. 법관이 ‘법정형’(각 범죄에 대응해 법률에 규정돼 있는 형벌) 중에서 선고할 형의 종류를 선택하고 법률에 규정된 바에 따라 형의 가중·감경을 함으로써 ‘처단형’을 정하는데, 다시 그 범위 내에서 특정한 선고형을 정하고 형의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참조하는 기준이 바로 양형기준이다. 양형기준은 구속력은 없으나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 없다.

현재까지 대법원 회의록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8월 회의부터 해당 건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침해, 전략기술 국외·국내 침해, 방위산업기술 국외·국내 침해 및 누설·도용 등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해 기술유출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대폭 정비하고, 기존에 하나의 유형으로 통합돼 있던 영업비밀 침해행위와 기술유출범죄를 분리해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라는 독립된 유형을 신설할 방침이다.

다만 피해액 또는 피해 정도에 따른 유형 분류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피해액에 따라 횡령·배임범죄, 사기범죄 등으로 유형을 분류하는 경우 엄격하고 세밀한 피해액 심리가 필요한데, 피해기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양형위는 피해 정도를 유형 분류가 아닌 양형인자(선고형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 등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향후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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