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중국 비야디(比亞迪·BYD)에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처음으로 뺏겼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전기차 48만4507대를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비야디가 밝힌 4분기 판매량 52만6409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테슬라의 판매량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47만3000대보다는 많았지만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운 비야디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테슬라가 비야디에게 권좌를 내준 것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업체의 부상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비야디가 테슬라를 추월한 것은 더 저렴하고 스마트한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총족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인하했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더 저렴한 비야디의 모델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실적은 월가에서 향후 1년 동안 테슬라의 차량, 더 광범위하게는 전기차의 수요 수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전했다.
테슬라 로고. [사진=로이터] |
비야디는 총이익률(매출액에 대한 매출 총이익의 비율)에서도 테슬라를 앞서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야디의 순이익은 104억1300만위안(약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 급증했고, 총이익률은 22.1%에 달했다. 반면 테슬라의 총이익률은 17.9%에 그쳤다.
다만 지난해 연간 기준 판매량은 테슬라가 비야디보다 많았다.
테슬라의 2023년 전기차 인도량은 총 180만8581만대로 2022년보다 38% 증가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전기차를 160만대 가량 판매해 전년 대비 70%가 넘는 성장률을 나타냈다.
1995년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한 비야디는 2000년대 초반 자동차 산업으로 확장하며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자동차의 중국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08년에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해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