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2023년 전세계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2024년 새해는 그보다 더 더울 수 있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주요 기상관측 기관과 기후 전문가들을 인용해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올해 기온이 작년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지구 온도를 높이고 폭풍우·가뭄 등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지난해 12월 공식 기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연간 평균 기온이 역대 가장 더웠던 해인 2016년을 넘어서리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지난해 11월 1∼10월 기온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2023년이 12만5000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 “사실상 확실하다”고 밝혔다.
영국 기상청은 지난달 8일 발표한 지구 기온 전망에서 올해에 이어 내년도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되면서 내년 지구 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지구 온도를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인 엘니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기상학자들은 올해가 더 더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과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지난해 모두 엘니뇨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시작된 이번 엘니뇨는 2015∼2016년에 찾아온 엘니뇨 못지않게 강력해 올해도 지구 온도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1년가량 이어지고 보통 겨울철에 정점에 달했다가 봄부터 서서히 사라진다. 또 초기보다 후기로 갈수록 온난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패턴을 고려하면 이번 엘니뇨는 앞으로 수주일∼수개월 안에 최고조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올해 상반기는 그 이전 6개월보다 더 더울 수 있다.
케빈 트렌버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선임 연구원은 이번 엘니뇨가 “아마 2월께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적어도 2024년 상반기 6개월 동안은 이것이 문제가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엘니뇨가 끝난 이후도 문제다. 6개월 뒤에 엘니뇨와 반대되는 현상인 라니냐(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가 돌아올지 아니면 엘니뇨나 라니냐가 없는 중립 상태가 될지 아직 뚜렷한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트렌버스 연구원은 “현재 벌어지는 상황은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기후변화는 과거에 일어난 유사한 현상에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내내 기록적인 온도로 상승했던 지구 바다가 열을 방출하려면 수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지구 기온 상승세가 쉽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앤드루 크루츠키에비치 컬럼비아대 국제기후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기후가 어떤 식으로 요동치든 엘니뇨의 온난화 효과가 지구 기온과 날씨에 계속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