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격한 김씨, ‘정치 유튜브’가 증오 키웠다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박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사건의 원인으로 극단적 혐오를 유발하는 ‘정치 유튜브’가 지목되고 있다. 이 대표를 공격한 피의자 김모(67) 씨의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치 않은데, 주변에선 평소 김씨가 정치 유튜브를 즐겨봤고 은둔형 생활을 해왔다는 등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입은 상해 정도가 중증으로 분류되는 ‘내경정맥 훼손’으로 판명된 이후에도 일부 유튜브 채널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대표 피습을 둘러싼 도넘은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은 극렬 지지자들에 편승해 혐오 정치를 부추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튜브 등 1인 방송은 현행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법적으로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수사부장)는 4일 김씨의 정당 활동 이력,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등에 대해서 조사 중이다.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로 김 씨에 구속영장을 부산지법에 청구한 상황이다. 김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법에서 진행된다.

김씨가 거주 중인 충남 아산시 인근에서 일한다는 한 공인중개사는 김씨에 대해 “잠깐만 얘기해 봐도 보수적인 성향인걸 알 수 있었다”라며 “은둔형 성향을 보여서 사람들하고 가까이 지내지를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보였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인근 상인은 “술 마시면 민주당을 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라며 “정치 유튜브를 자주 보더라”고 했다.

정치 유튜브가 확증 편향과 정치 혐오를 심화시켜 사회 갈등도 부르고 있다. 전날 오후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맞은편에서는 이 대표의 지지자와 유튜버가 언성을 높이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 유튜버가 “쇼하지 마라”고 소리치자 이 대표의 지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피습이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자작극’이라는 내용을 담은 유튜브 썸네일 갈무리

근거 없는 음모론도 유튜브 등지에서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 대신 민주당 관계자가 이 대표 건강상태를 브리핑 하는 것을 두고 한 유튜버는 “이번 정부 들어 임명한 서울대병원 신임 감사가 검찰 출신이다. 이사람이 이 대표에 대한 의료진의 브리핑을 막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는 현 정부가 이 대표에 대한 의료진의 언론 브리핑을 막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피습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구독자가 100만에 달하는 한 유튜버는 피습 당시 상황을 두고 “누군가 빠르게 하얀 천으로 피를 막더라. 어떻게 그렇게 막을 준비가 돼 있었는지 대단하다”고 음모론을 펼쳤다. 이 유튜버의 영상에 출연한 한 출연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이 오르자 이 대표 측이 자작극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치인들마저 극렬 지지자들에게 편승해 혐오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대통령이 민생은 뒷전이고 카르텔, 이념 운운하며 국민 분열을 극대화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닌가”라고 쓰기도 했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표 피습 흉기를 ‘횟집 혹은 정육점 칼’이라고 표현했는데 경찰은 “등산용 칼의 외형을 변형한 흉기”라고 브리핑했다.

정치권은 이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이 대표 피습이)정치적 자작극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2차 테러”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 관련해 가짜뉴스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대책기구를 만들 계획이다.

여당 역시 이 대표 피습과 관련된 가짜뉴스에 강도 높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번 피습 사건은 대의 민주주의 전체에 불행한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여야 모두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이 대표를 향한 피습은 정치 양극화가 부른 테러인데, 이를 두고 또 유튜버들은 ‘혐오 팔이’를 하고 있다”라며 “테러를 방지하고, 사회 분열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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