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재란 명나라 진린 후손과 교류하는 여수민간단체 ‘화제’

전라남도 해남군 황조마을에는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과 함께 왜적을 물리친 명나라 진린 장군을 기리는 '황조별묘'가 자리하고 있다. 진린 도독 후손들이 세운 비석에는 '한중우의(친구사이의 정분) 진린장군'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박대성 기자.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임진왜란 이후 1597년(선조 30) 왜군이 재침입한 정유재란을 배경으로 한 영화 '노량'이 흥행 질주를 하는 가운데 여수지역 민간단체가 이순신 장군 우군인 진린 도독(都督) 후손과 교류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당시 순천도호부(都護府) 관할 삼도수군통제영 전라좌수영(여수)에서 지휘했던 충무공 이순신의 조선수군과 연합한 '조명(朝明)연합군'에 합류한 진린 도독은 정유재란 때 수군 5000명을 이끌고 강진군(완도) 고금도에 도착해 왜적을 무찌르는데 큰 공을 세웠던 인물이다.

여수미래콘텐츠진흥협회(회장 이상철)와 (사)전남사회경영연구원(원장 이태영) 회원 11명은 최근 진린 장군의 고향인 중국 광동성(廣東省) 윈푸(云浮)시를 찾아 진린 사당 확장 재건식과 유적지 등을 돌아 보며 역사적 교훈을 되새겼다.

이들 민간 사절단은 연초부터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줬던 그들의 고마움에 감사함을 전하고 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에서 양국 간 최고의 우호선린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중국 광동성 윈푸시 운안구 양위리 당서기와 여수미래컨텐츠진흥협회 회원들이 현지에서 간담회를 갖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협회 제공]

여수 민간사절단은 지난 연말 광둥을 찾아 앞서 9월 한국 묘도 방문시 영접했던 김영규 여수시의회 의장이 쓴 "2026년 여수세계섬박람회에 참가해 양 도시가 상호교류하며 우호를 다지자"는 내용을 담은 친서를 량위리(梁玉莉·양옥리) 윈푸시 당서기에게 전달하고 후손들에게 공개했다.

량위리 서기는 "인연 깊은 여수시에서 경사스런 섬 박람회를 개최한다는데 주저 할 이유가 없다"면서 "우선 윈푸시와 여수시의 젊은이들의 문화교류부터 시작하자"고 즉석에서 제의했다.

여수지역 민간교류단은 이와 함께 진린과 이순신 장군의 인연과 우정을 주제로 한 '진린-이순신 우정 문화제'도 준비하는 등 교류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정유재란 당시 진린장군은 묘도마을(광양제철소와 여수산단 중간에 있는 섬) 뒷산에 성을 쌓아 이순신 장군과 함께 ‘순천왜성‘에 주둔해 있는 왜군을 소탕하려 수차례 공격했고 이들을 도우려 오는 다른 원군들을 물리쳤다.

이후 묘도 섬사람들은 진린 도독의 관직명을 따서 '도독마을'이라 부르고 있고 현재도 여수시 묘도동에는 도독마을이 있다.

경남 남해군 설천면 노량리와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 사이의 해협인 '노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의 최대 격전지로 조선의 요청으로 건너온 '조명연합군' 명나라 장수 등자룡 장군과 함께 싸우다 두 장수가 모두 여기에서 전사했다.

명나라가 멸망한 명-청 교체기 진린 후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귀화해 현재 해남군 산이면에 정착해 '광동진씨' 가문의 자부심을 갖고 집성촌을 이루고 살고 있다.

황조마을에는 진린 장군 사당이자 후손들의 위패를 모신 '황조별묘(皇朝別廟)'가 자리 잡고 있어 싱하이밍 중국대사 등 유력인사들이 자주 참배하는 한-중 우호 협력의 상징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이상철 여수미래콘텐츠진흥협회장은 "지속적인 한중 우호를 위해서는 민간단체가 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때문에 여수시 차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는 만큼 나서 줬으면 한다"며 "원푸시 현지에서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중우호교류사업을 이어온 이정일(60) 이순신·진린문화교류단장도 "진린 후손이 살고 있는 윈푸시는 시정부 차원에서 우호교류를 맺기 위해 상당히 세부적인 계획까지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안다"며 "코로나가 종식된 만큼 단절됐던 교류사업을 윈푸시 정부가 나서서 추진한다면 우리도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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