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맞은편 女보며 음란행위…신고하니 “다른 곳에 하라” 황당 답변

[YTN 방송화면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경춘선 지하철에서 맞은편 여성을 보며 음란 행위를 하는 남성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지만 제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다.

4일 YTN과 JTBC 등에 따르면 지난 연말 서울로 돌아오는 경춘선 지하철을 탄 20대 여성 A씨는 맞은 편에서 검은색 외투와 모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자신을 보며 음란 행위를 하는 남성을 목격했다.

남성은 경춘선 맨 마지막 객차에 홀로 앉아 있는 A씨 앞자리에 앉더니 갑자기 음란 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날 목표로 삼은 것 같아 그때부터 좀 무서웠다"며 "처음에 잘못 본 줄 알았는데 더 심각한 범죄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곧바로 한국철도공사 측에 문자로 이 사실을 신고했지만, 공사 측 대처는 허무했다. 빨리 와서 도움을 달라고 재촉하는 A씨에게 공사 측은 '어떤 소란을 피우는지' '지금 위해를 가하고 있는지' 등의 형식적인 질문을 하다 "다른 곳에 전화로 신고하라"며 신고 방법을 알려주는 데 그쳤다.

10여 분이 지나고 남성은 지하철에서 내려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A씨는 "(역무원이나 경찰대가) 대기하고 있었으면 바로 잡히는 건데, '눈앞에서 놓쳤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경춘선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타는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A씨는 뒤늦게 경찰에도 신고했지만, 경찰 역시 '관할 구역이 아니다'라며 사건을 철도 경찰대로 넘겼다. 경춘선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노선으로,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가 담당한다.

이에 철도경찰대는 CCTV를 토대로 해당 남성을 찾고 있으나, 이 남성이 일회용 승차권을 사용하고 얼굴 노출을 하지 않아 신원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철도공사 측은 "경춘선 철도 경찰대가 청량리역과 남춘천역 두 군데에 있어 출동 시간이 30분 이상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기동팀을 주말 등 취약 시간대까지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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