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옷장에 강아지 옷들이 걸려 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새해에는 이탈리아 브랜드로 20만원짜리 코트를 사줬어요. 두껍지 않아 하네스(강아지 가슴줄) 채우기도 쉽고 찍찍이(벨크로)가 달려 편합니다.”
서울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30대 김모 씨는 강아지 의류에 월평균 10만원을 지출한다. 방한용 발열패딩부터 코트, 내의까지 새로운 제품을 찾는 것이 그의 관심사다.
반려견 의류가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멍클레어’, ‘개나다 구스’, ‘개타고니아’ 등 고가의 브랜드명이 조합돼 불리기도 한다. 하나에 10~20만원에 이르는 수입 의류도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국내 속옷업체까지 반려견 의류산업에 뛰어들 정도로 그야말로 ‘핫한’ 시장이 됐다.
국내 속옷업체 BYC가 선보인 반려견 내의 ‘개리야스’의 지난 4분기 판매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BYC는 지난 2022년 5월, 창립 후 76년 만에 반려견용 내의를 출시한 후 품절 대란이 계속되자 품목 수를 2배 이상 늘려 생산하고 있다.
BYC 반려견용 김장조끼. [BYC 제공] |
이번 겨울에 화제가 된 제품은 3만원대 ‘반려견용 에어메리-김장조끼’다. 사전 예약까지 진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사람이 입는 김장조끼와 동일한 3중직(겉면, 중면, 내면) 원단으로 S사이즈부터 4XL 사이즈까지 7가지 사이즈로 구성했다. BYC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온라인에서 모두 품절을 기록했다”며 “견주들이 1~2개 남은 오프라인 직영 매장을 찾아다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반려동물 의류에는 남다른 노력이 들어갔다. 기존 패션업체는 반려동물 브랜드와 같이 기획하고 생산하는 사례가 많다. 반려문화 콘텐츠 기업인 ‘동그람이’와 제품 출시 1년 전부터 준비한 BYC도 마찬가지다. BYC 관계자는 “8~10명을 투입해 체형별 반려견을 SNS로 섭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체구도 다르고 다리 길이, 목둘레 등 형태가 천차만별이라 디자인 측면에서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디지털 플랫폼인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는 반려동물 브랜드를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23개로 늘렸다. 반려동물 디자인 브랜드 하울팟(HOWLPOT)이 여성 니트 브랜드 주느세콰(JNSQ)와 협업해 선보인 니트웨어(5만원대)는 출시 직후 동났다. 패션업체인 LF의 헤지스 또한 지난해 3월 반려견 의류 라인을 출시했다.
반려견 패딩. [독자 제공] |
반려동물 의류 시장은 강아지를 자신의 일부로 여겨 지출을 아끼지 않는 펫미족(Pet-me)이 주도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반려견 가구 비율은 70%가 넘었다.
주요 패션대기업들이 앞다퉈 반려견 의류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가 2023년 4조5786억원을 넘어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의류 시장이 과시소비 문화로 확대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패션으로 타인과 자신을 차별화하는 행태가 반려동물을 통해서도 벌어지는 것”이라며 “필요하고 소비 여력에 맞는 제품을 사는 경우를 넘어 과도한 동조 현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업체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나 제품을 생산해야 소비자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면서 “특히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은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