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이집트 국경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지대에 대한 보안 강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 밀반입에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에 있는 ‘필라델피 통로’ 문제에 대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하 터널을 통해 무기와 사람을 몰래 가자지구로 이동하기 위해 이 통로를 이용해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필라델피 통로를 따라 센서를 설치, 전쟁 후 하마스가 터널과 밀반입망을 다시 건설하려고 할 경우 이스라엘에 알릴 수 있도록 하자고 이집트에 요청했다고 고위 이집트 관리들은 전했다. 나아가 센서가 신호를 보낼 경우 이스라엘에 직접 통보가 가고 이스라엘이 감시 드론을 해당 구역에 보낼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집트가 통제하고 있는 ‘필라델피 통로’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을 따라 약 14.5㎞ 길이의 안보상의 완충지대로,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에 따라 설정됐다. 초기에는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에 무기와 물품 이동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이 통제했으나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자국민과 군대를 철수하면서 통제권을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내줬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가 내전 끝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서안지구로 밀어내고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필라델피 통로는 하마스가 무기와 불법 물자를 가자지구로 들여오는 주요 경로가 됐다고 보고 있다. 한 이스라엘 퇴역 장성은 “이집트가 가자지구에 군수품과 무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센서 설치에 대해 검토하겠으나 이스라엘에 직접 통지가 가도록 하거나 드론 비행 승인은 자국 주권 침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WSJ이 전했다.
하마스 섬멸에 나선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가자지구 국경지대에 주목해왔다. 이스라엘은 국경지대를 통해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구호물자가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한을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