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이 117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이자비용만 1506억원에 육박한다.
8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대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 간 누적 금액은 총 117조6000억원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됐던 2020년 대출액(102조9130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일시대출금과 이자액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다. 개인이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개설하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융통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잔액은 4조원으로, 극심한 세수 부족에 빌린 돈을 다 갚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말 잔액 또한 2012년 말(5조1000억원)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매년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친다. 지난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50조원까지였다. 회계 계정별 상환 기한 또한 정해져 있다. 지난해 갚지 못한 4조원은 통합계정으로 분류돼 오는 20일까지 모두 상환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역대 최대 규모로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충당할 일이 빈번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정부의 총수입(492조5000억원)에서 총지출(502조9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조4000억원 적자를 봤다.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너무 많은 돈을 자주 빌리면 유동성을 늘려 물가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한은 일시차입금으로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고 있다’며 ‘재정증권 발행 절차 등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통화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시차입금을 선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일시차입금 제도는 단기 유동성을 조절할 때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연속적으로 빌렸을 경우에는 기조적으로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