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YD가 쉬저우에서 나트륨이온배터리 생산 시설을 착공하는 모습 [쉬저우 정부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새해 벽두부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글로벌 배터리·완성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BYD는 최근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쉬저우에 나트륨이온배터리 생산 시설을 착공했다.
이곳에서는 연 3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나트륨이온배터리 셀·팩을 생산한다. BYD는 중국 중소 자동차 업체인 화이하이(Huaihai)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신공장을 건설, 소형 전기차에 들어갈 나트륨이온배터리를 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양극재를 구성하는 소재에서 차이가 있다. 값비싼 ‘리튬’ 대신 소금의 주요 원소인 ‘나트륨’을 쓰기 때문에 배터리 가격이 저렴하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이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는 분야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해 6월 나트륨이온배터리의 차량 탑재를 처음 승인했으며, 당시 17개의 중국 기업이 기준 평가에 통과했다고 밝혔다.
BYD는 지난해 처음으로 순수전기차 판매 대수에서 테슬라를 앞선데 이어 저가 배터리 생산 확대로 시장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혼다의 미국 오하이오주 합작공장 조감도.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일본 혼다는 캐나다에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혼다의 기존 자동차 공장 인근 부지를 포함해, 여러 부지를 검토 중이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투자에는 184억 달러(약 24조원)가 투입될 전망이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도 합작법인을 세우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연 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지난해 3월 기공식을 개최했다.
업계에서는 혼다가 2040년까지 100% 전동화 전환을 목표로 삼은 만큼, 추가적인 배터리 공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 신공장의 경우 단독으로 배터리 생산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베트남 전기차 업체인 빈패스트는 인도를 차기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기지로 낙점했다. 빈패스트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와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투자 규모는 최대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로, 연 생산 대수는 15만대에 달한다.
빈패스트는 현재 베트남에 연간 25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생산시설 건립을 진행 중이다.
다국적 기업인 스텔란티스는 중국 CATL과 유럽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세운다. 지난해 말 양사는 LFP 배터리 셀과 모듈 공급을 위한 예비 계약을 맺고, 지분 50%씩을 갖는 합작사 설립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튬이온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내부 구조. [삼성SDI 제공] |
공장 증설에 더해 미래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액체 대신 고체로 바꾼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온도 변화에 따라 배터리가 팽창하거나, 외부 충격에 의해 발화할 가능성이 낮다.
폭스바겐은 최근 퀀텀스케이프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의 성능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주행 손실 없이 50만㎞ 이상을 주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테스트는 폭스바겐그룹 배터리 자회사인 파워코에서 수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폭스바겐은 2012년부터 퀀텀스케이프 협력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샘플 테스트의 요구 사항을 뛰어넘어 1000회 이상의 충전 주기를 달성했다”며 “주행거리가 500~600㎞인 전기차의 경우 총 주행거리는 50만㎞ 이상이 된다”고 했다. 폭스바겐은 이번 성과가 상당히 고무적이며, 상용화를 위해 전력 질주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사업화를 위해 ‘ASB(All Solid Battery) 사업화 추진팀’을 신설했다. ASB 사업화 추진팀은 중대형전지사업부 내 직속 조직으로 전고체 배터리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담당한다.
또 삼성SDI는 지난해 3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수원에 위치한 연구소 내에 약 6500㎡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시험생산) 라인 구축을 완료했다. 이 공장에는 전고체 배터리 전용 극판부터 고체 전해질 공정설비, 배터리 셀 조립 설비 등 신규 공법과 인프라가 적용됐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기술을 채택, L당 900Wh 이상의 에너지밀도를 가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로드맵을 세웠다.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리튬메탈 전지’ 성능 개선 등의 연구도 수행 중이다. SK온은 2028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증축 중이다. 특수 환경 설비를 갖춘 실험 공간과 대규모 양산 기술 확보를 위한 전고체 파일럿 생산 라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현대차 전고체 배터리 시스템 [미국 특허청(USPTO)] |
현대차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출원한 ‘가압장치를 구비한 전고체 전지 시스템’에 대한 특허가 지난해 말 공개되기도 했다. 이 특허에는 충·방전 속도에 관계없이 각 셀의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전고체 배터리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는 2030년부터 자사 제품에 전고체 배터리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