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보다 재판매가 문제”…그 중심에는 또 ‘알리’? [세모금]

알리익스프레스 광고에 출연한 배우 마동석. [알리익스프레스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가 짝퉁 문제뿐만 아니라 재판매를 통한 밀수의 온상으로 떠올랐다.

1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관세청이 지난 한 해 해외직구를 통해 ‘밀수, 상표법’ 위반 등으로 적발한 금액은 20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를 거친 상품으로 의류, 등산용 스틱 등 저가 생활용품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직구를 통한 밀수는 관세 등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물품으로 다량으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명의를 사용해 다량으로 물량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라고 말했다. 관세법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해외직구를 통해 150달러 넘게 구매하면 수입신고 대상으로 지정돼 세금이 부과된다.

한 사람이 동일 제품을 여러 사람 명의로 구매하면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수입신고도 할 필요가 없다. 관세청은 알리 등 해외직구로 싼값에 구매한 제품이 당근마켓 등 국내 오픈마켓이나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재판매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업자들은 알리를 통한 구매 사실을 숨긴 채, 초저가 상품에 어느 정도 마진(중간이윤)을 붙여 팔면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에서 1만원이 훌쩍 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비롯해 전동식 보풀제거기, 소형 스팀 청소기 등 제품을 알리에서 1000원대에 살 수 있다.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통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업계는 익숙한 생활용품 외에도 산업용 부품의 ‘밀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알리에서 삼성 스마트폰용 ‘볼륨 버튼’, 산업용 ‘세라믹 플레이트’ 등 기계 부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알리가 국내 점유율을 높이면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해외 직구를 통한 부품 밀수가 급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국내 산업 자체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관세청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지만, 해외직구를 통한 부품 밀수 가능성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해외직구를 통한 재판매 행태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국내 성장세가 가파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의 국내 가입자 수는 600만 명을 넘어섰다. 테무 역시 지난해 11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3개월 만에 7배 늘었다.

또 지난해 3분기 중국을 통한 해외직구액은 2조2271억원에 달했다. 미국(1조3929억원), 유럽(6505억원)을 가볍게 상회하는 규모다. 올해에는 중국이 해외직구 순위 1위였던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 한 해(11월 기준) 해외에서 들여오다 적발된 ‘짝퉁(모조품)’ 규모는 3060억원으로 조사됐다. 중국이 2900억원 규모로 95%에 달했고, 홍콩이 4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해외직구와 컨테이너선을 통한 밀반입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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