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기와 반도체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극복해내는 중국의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UBS 애널리스트들은 전날 열린 자사 주최 웨비나에서 이같이 진단하며 중국이 미국 규제에도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훈련에 필요한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컬러스 가우두이스 UBS 아시아·태평양 기술 연구 책임자는 “중국은 자국 AI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컴퓨팅 자원을 더욱 경제적으로 사용하면서 그러한 제약 내에서 작업할 것이며 진전을 이루려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AI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엔비디아 반도체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했지만, 그러한 장애를 극복하는 중국의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랜디 에이브럼스 UBS 대만 연구소 대표는 “미국 규제는 성숙 공정 반도체에는 매우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성숙 공정 반도체에 대한 투자에 더욱 노력하는 것을 봤다”며 “카메라 이미지 센서, 마이크로 컨트롤러, 아날로그 칩, 전기차용 개별 반도체 기기 등 성숙 공정 반도체에서 꾸준한 시장 회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장비에서 중국 공급업자들은 자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성숙 공정 역량을 확대하면서 중국 시장 점유율이 약 20% 증가했다”며 “첨단 공정을 제외하면 실제로 많은 투자 기회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고 압박이 완화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조달이 개선되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UBS 애널리스트들의 견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지난해 미국의 강화된 기술 규제를 어떻게 헤쳐나왔는지를 반영한다고 SCMP는 짚었다.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지난해 8월말 자국산 7나노(㎚, 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최신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출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또 역시 미국 제재 대상인 중국 국영 반도체 회사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上海微電子裝備)가 28나노 노광 장비를 개발한 사실이 지난달 말 공식 발표됐다.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첨단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범용 반도체를 위한 성숙 공정에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14나노를 기준으로 그 이하를 미세 공정으로, 그 이상을 성숙 공정으로 구분한다.
또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올해 말까지 32개 공장에서 28나노 이상 성숙 반도체 생산 역량이 확대될 것이며, 그 결과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이 31%인 중국의 범용 반도체 제조 역량이 2027년까지 39%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