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해서 인공지능 학습” 챗GPT, ‘세기의 소송’…운명은?

오픈AI 로고 [로이터]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뉴스 기사와 소설 등 인간이 만든 방대한 저작물을 수집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저작권 침해 논란으로 줄소송에 직면했다.

유력 언론사와 유명 작가들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제기한 이번 소송은 AI 기반 상품의 미래를 결정지을 세기의 소송이 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는 기존 출판물을 학습에 이용한 챗GPT 챗봇과 관련해 3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먼저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과 존 그리샴 등 베스트셀러 작가 17명이 지난해 9월 MS와 오픈AI가 GPT 언어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창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면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테일러 브랜치와 스테이시 시프, 영화화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공동 저자 카이 버드 등 논픽션 작가 11명도 지난해 소송에 가세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작년 12월 자사가 발행한 기사 수백만건이 자동화된 챗봇을 훈련하는 데 활용됐으며, 이 같은 무단 복제 및 사용으로 인해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면서 소송에 나섰다.

NYT는 MS의 '코 파일럿' 등 AI 챗봇이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언론사에서 웹 트래픽을 빼앗고 있으며, 챗봇이 자사의 기사를 단어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픽션 작가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저스틴 넬슨 변호사는 소송마다 주장은 약간 다르지만 모두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오픈AI가 "다른 사람의 지식재산에 기반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OpenAI의 주장은 인터넷에 게시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의 지식 재산에 무임승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저작권 소송에 유수 언론과 출판계 거물들이 동참했으나 싸움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픈AI와 MS는 일련의 소송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NYT에 대해서는 지난주 오픈AI 블로그를 통해 "얻을 이익이 없는 소송"이라고 지적했다.

오픈AI는 챗GPT가 학습 콘텐츠를 암기해 자체 해석을 생성하지 않고 토씨 그대로 되풀이하는 현상은 전산 오류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전산 오류가 나타나도록 NYT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오픈AI는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자료를 사용해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은 오랫동안 널리 쓰인 판례로 뒷받침되는 공정 이용"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서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적 개념인데, AI 업계는 인터넷 공간에서 구할 수 있는 출판물은 공정 이용 조항에 따라 AI 훈련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NYT를 대리하는 법무팀은 "오픈AI와 MS는 허가나 대가 지불 없이 대체품을 만들려고 저널리즘을 위한 신문사의 투자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도 공정 이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오픈AI는 작년에 AP통신과 뉴스 사용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폴리티코와 비즈니스 인사이드, 독일의 빌트 및 디벨트 등의 매체를 보유한 다국적 미디어 그룹 악셀 스프링어와도 저작권 관련 계약을 맺었다.

NYT와도 저작권 협상을 했으나 NYT는 소송으로 방향을 틀었다.

AP통신은 "지금까지 법원은 저작권법이 AI 시스템을 어떻게 다룰지 해석함에 있어 대부분 기술 회사의 편을 들었다"며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연방판사는 AI 이미지 생성기에 대한 첫 번째 대규모 소송의 많은 부분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캘리포니아의 한 판사도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가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회고록을 무단 사용했다는 코미디언 사라 실버만의 주장도 기각했다고 전했다.

미국 대법원도 2016년에 수백만 권의 책들을 디지털화하고 그것들의 일부분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구글의 '온라인 도서관'이 저작권 침해 행위라는 저자들의 주장을 기각한 하급 법원의 판결을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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