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시진핑 믿어야” 발언…대선 막판 변수로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마잉주 전 대만 총통의 ‘친(親)시진핑 발언’이 13일 치러질 대만 총통선거와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11일 자유시보와 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전날 독일 매체 도이치벨레와 인터뷰를 통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믿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인터뷰에서 마 전 총통은 자신의 재임 때 이뤄진 ‘92합의’에 오해가 있다고 설명하는 와중에 “시 주석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양안 관계와 관련해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2합의는 마 총통의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92년 반관반민 성격의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가 합의한 것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민진당은 대만을 홍콩·마카오와 같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규정하는 92합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6년과 2020년 총통선거에서 승리해 8년째 집권 중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은 중국과의 공식적인 교류 단절에도 불구하고 92합의 동의 불가 입장을 유지해왔고, 라이칭더 역시 마찬가지다.

마 전 총통의 발언은 92합의를 두고 대립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와 국민당의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오차범위 내 격차로 좁혀진 상황에서 나왔다.

그의 발언은 미국의 각종 경제·안보 압박에 직면한 중국이 대만에 ‘친중 정권’이 들어서도록 해 우회로로 활용할 목적으로 끊임없는 선거 개입을 시도하는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작년 4월에도 중국을 방문해 칙사 대접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대만인들은 수년 전 중국 당국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무참히 짓밟은 걸 목도했던 탓에 대만 내에 '정치·군사·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 경제적 실리를 양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이에 라이칭더 총통 후보를 필두로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강공을 펼치고 있다. 민진당은 마 전 총통 발언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라이 후보는 전날 밤 연설에서 마 전 총통 발언을 겨냥해 “이번 선거는 시진핑을 믿느냐, 대만을 신뢰하느냐의 선택으로, 유권자의 한 표가 대만의 미래와 세계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라이 후보는 이어 중국의 선거 개입이 성공해 중국 지시를 받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만의 민주주의는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진당의 타이 웨이산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마 전 총통의 발언에 대해 외국 매체에 양안 관계상 공식적인 합의와 관련해 그릇된 인상을 주는 ‘야비한 시도’라고 비난했다.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 후보도 마 전 총통의 예기치 못한 발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지나치게 중국에 경도되지 않길 바라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마 전 총통 발언으로 인해 국민당 지지를 기피할까 우려한 때문이다.

국민당은 92합의를 인정하지만, 아직 중국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요구를 수용하는 입장은 아니다. 따라서 대만 내에선 국민당 집권 땐 중국이 여러 협상과 담판을 통해 일국양제 논의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허우 후보는 전날 대만의 민주와 자유 시스템을 지킬 것이라면서도 일국양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