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10일(현지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다니엘라 마리노 스타트업 큐시트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셀트리온 제공] |
[헤럴드경제(샌프란시스코)=고재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다음으로 2위 부자라고 합니다. 여기 있는 사람 중 내가 제일 부자일 겁니다.”
일흔을 앞둔 그룹 회장이 한마디씩을 던질 때마다 ‘빵’ 터졌다. 이곳저곳에서 터진 웃음은 질의응답 시간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고, 관록의 회장은 좌중을 압도했다.
그는 행사가 시작되기 ‘약 20분’ 전부터 행사장 앞에 모습을 드러냈었다. 회장을 알아본 사람들은 회장에게 다가가 명함을 교환했고, 어떤 경우에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바로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이야기다.
10일(현지 시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서 회장은 입담을 뽑냈다. 행사장에 있는 그 누구보다 자기가 부자일 것이라고 했던 발언은 사람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서 회장은 “여러분도 5만달러를 가지고 약 20년만 지나면 (나처럼) 된다. 여기는 샌프란시스코니까”라고 말했다.
발언의 진의는 이렇다. 23년 전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왔다. 당시 수중에 있던 돈은 불과 5만달러에 불과했고, 쥐가 나오는 싸구려 모텔에서 몸을 뉘였던 시간은 아득한 옛날이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혁신 스타트업이 많이 위치해 있는 곳이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오픈AI(Open AI)도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하고 있다. 스타트업 등 투자를 바라는 청중들에게 자신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니엘라 마리노 큐티스 대표가 화상 환자 피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큐티스는 맞춤형 피부 조직 치료 관련 스타트업이다. 빨간색 원안은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명함. [셀트리온 제공] |
실제로 스위스에서 온 다니엘라 마리노 큐티스(CUTISS) 최고 책임자는 서 회장에게 투자 관련 미팅을 요청하기도 했다. 큐티스는 재생 의학을 중점으로 하고 있는 스위스 스타트업으로, 피부 부상과 결함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맞춤형 피부 조직 치료를 제공 중이다.
마리노 최고 책임자의 미팅 요청에 서 회장은 “언제든 연락하고 한국으로 와달라”고 화답했다.
그렇다면 서 회장은 정말 부자일까. 진짜 ‘주식 부자’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공정위가 관리하는 40개 대기업집단 총수가 보유한 주식 평가 가치(1월 2일 기준)에서 이재용 회장(14조8673억원)에 이어 9조9475억원으로 서 회장이 두 번째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6조1186억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3조7377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2조3442억원) 보다 많은 셈이다.
단, 서 회장은 약 2700억원에 달하는 빚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대출 이자를 어떻게 갚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 회장은 “주주들이 좋아하지 않다보니 주식을 팔지 않고 있다”며 “은행 대출을 받아서 빚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