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또 나왔다. 지난달 2차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대법원은 이번에도 같은 판단을 내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소송을 낸 강제동원 피해자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제철에서 강제로 노역했다. 피해자는 강제로 동원에 차출돼 가족들과 인사도 하지 못한 채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했고, 월급도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일본제철 측은 “귀국할 때 월급을 모두 주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피해자는 2015년께 일본제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유를 박탈당한 상황에서 강제노동에 혹사 당했다”며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본제철 측에선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채권도 소멸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1·2심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피해자와 그의 아내, 자녀 등에게 총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8단독 전서영 판사는 2016년 8월, “청구권협정 조약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며 “청구권협정 체결부터 현재까지 시대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2민사부(부장 김한성)는 2018년 11월, 일본제철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겐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일본 기업 측에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같은 취지로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하고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2심) 판단을 수긍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에도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강제징용 소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전국 법원 1·2심 단계에 있는 강제징용 소송은 60여건으로
추정된다. 대법원에서 판례가 바뀌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에 대해서도 승소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