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그룹의 제로원 부스를 찾아 모빈이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 ‘M3(오른쪽 아래)’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모빈 제공] |
#. 도로와 계단, 좁은 통로도 가리지 않는다. 바퀴달린 로봇이 가기 힘든 문턱과 같은 장애물도 자율주행 배달로봇 ‘M3’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높고 험난한 장애물도 별다른 충격 없이 쉽게 극복한다.
M3는 현대자동차그룹 사내스타트업에서 독립한 모빈(MOBINN)이 자체개발한 자율주행로봇이다. M3를 기반으로 제작된 배달로봇은 편의점과 리조트 등 배달업무 현장에서 실증을 완료했으며, 현재 정식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배달로봇 플랫폼’을 토대로 순찰로봇과 개발용 로봇도 개발을 계획 중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2024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제로원(ZER01NE) 부스를 직접 찾았다. 제로원은 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CES에 참가하고 있다. 이날 부스에서는 모빈을 포함해 현대차그룹과 협업 중인 11개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소개됐다.
현대차그룹 사내육성 프로그램인 ‘제로원 컴퍼니 빌더’를 통해 분사한 4개사와 ‘제로원 엑셀러레이터’ 출신 5개사, ‘H-온드림 스타트업 프로젝트’로 지원한 2개사 등이 포함됐다. 제로원 엑셀러레이터는 사외 육성 프로그램,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는 현대차그룹과 정몽구재단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픈 당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부스를 찾을 정도로 산업계의 관심이 뜨거웠다.
제로원 컴퍼니 빌더를 통해 분사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모빈 외에도 사고와 고장, 폐차 시 발생하는 배터리팩을 재사용하는 에너지 솔루션기업 포엔(POEN)이 꼽힌다.
어플레이즈(APLAYZ)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공간별 최적 음악 자동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공간의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상황에 맞는 음원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이날 어플레이즈는 CES2024에서는 한화비전과 오비고 등 현재 협력 중인 다른 기업과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앞서 현대차그룹 소속의 여러 공장과 연구소·사무실에서 서비스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제로원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으로 발굴된 아트와(ARTWA)는 다목적 수륙양용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날 쓰레기 수집, 수송, 수질 관리, 관로 탐사, 약품 살포 등 사람이 할 접근하기 힘든 3D분야에서 활동하는 5가지 종류의 지능형 로봇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스타트업 더데이원랩(DAY1LAB)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분, 셀룰로오스 등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대체 소재 ‘리타치’를 개발했다. 코스모스랩(COSMOS LAB)은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물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고, 제로원 부스를 통해 선보였다.
이날 제로원 부스에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테크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글로벌 IT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이끄는 사티아 나델라 CEO도 제로원이 마련한 부스를 직접 방문해 이목을 끌었다. 나델라 CEO는 MS가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인공지능(AI)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장을 찾은 나델라 CEO는 모빈이 만든 배달로봇 기술을 다른 로봇에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질문했고, 모빈 측 설명에 “멋지다(Very Cool)”는 대답을 연발했다. 최진 모빈 대표는 “해외시장에 모빈을 알릴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면서 “나델라 CEO를 비롯한 많은 해외기업들이 언제부터 해외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냐고 질문을 해왔다”고 밝혔다.
나델라 CEO는 같은날 코트라가 운영한 통합한국관 전시 부스도 찾아 장애인 보조기기 전문기업 ‘만드로’와 AI 오디오 전문 기업 ‘가우디오랩’을 방문했다.
배정진 어플레이즈 대표는 “해외 차량 OEM사와 미디어 콘텐츠사, 해외 벤처캐피탈이 CES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여러차례 미팅을 진행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준 제로원 컴퍼니 빌더를 통해 분사한 사내스타트업은 총 36개, 제로원 엑셀러레이터를 통해 협업한 스타트업은 현재까지 총 128개사에 달한다. 제로원은 이 가운데 97개사를 대상으로 지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로원이 내는 성과가 향후 현대차그룹 내에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이식하는 역할에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라스베이거스=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