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지옥3'의 김재원(왼쪽), 김정현 PD. |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데이팅 리얼리티쇼 '솔로지옥' 시즌3는 큰 화제를 남기며 종영했다. 시즌3는 시즌1, 2보다 훨씬 더 '핫'한 느낌이다. 총시청 시간도 시즌1, 시즌2가 6000만대 시간이었는데, 시즌3는 7000만대 시간을 기록했다.
시리즈물로 연속해서 연애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고 있는 시작컴퍼니의 김재원, 김정현 PD를 만났다. 두 명의 김 PD는 말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예능 PD로서의 '감'이 발달한 제작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김재원 PD는 "관희가 사전 인터뷰때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이 보게 하겠다고 얘기했다. 역시 관희가 관희했다"고 말했다.
김정현 PD는 "출연자들이 솔직하게 얘기해줘 고마웠다. 특히 관희가 그랬다"고 했고, 김재원 PD는 "연프(연애 프로그램)는 최종선택이 궁금한데, 최종선택이 끝까지 가장 궁금했던 건 관희였다"고 말했다. 김재원 PD는 "관희 등 출연자들이 솔직하니까 스튜디오에 있는 MC들도 더욱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재미를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이번 시즌에는 MC들이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이어 관희-혜선 커플이 '현커'(현실 커플)인지를 묻자 김재원 PD는 "우리에게 이야기를 안 해줘 서운했지만, 이제는 사적인 영역이라 우리도 물어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관희를 시즌2부터 지원해주었다는 말이 있던데"라는 말에 대해서 김재원 PD는 "시즌2에 관희가 지원을 했다. 당시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 매력적인 남자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훈련 스케줄때문에 일정이 맞지 않다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포기했다. 작년에 출연했다면 관희가 덱스와 경쟁을 벌였을 것이다. 관희는 리얼리티쇼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솔로지옥3'를 보면서 여자가 남자를 보는 시선도 바뀌는 듯했다. 김정현 PD는 "과거에는 자상한 남자를 좋아했다면 이제는 재미 있는 남자를 선호하는 것 같다. 착한 남자가 별 매력이 없는 듯하다"고 변화하는 인기 남성상을 말히면서 "인터뷰 할때부터 주도적으로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 여성들을 가능한 많이 뽑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솔로지옥3'에서 나온 지나치게 솔직한 표현들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관희가 호감 있는 여성을 밝히면서 "쟤, 얘, 얘"라고 하며 손가락으로 지칭하거나, 김규리가 마음이 변한 민우에 대한 감정을 인터뷰를 통해 표현하면서 "그런 사람은 줘도 안 가질 것 같다"라고 하는 등 직설적 표현들이 방송에 나갔다.
이에 대해 김재원 PD는 "편집기준은 명확하다. 데이팅 프로그램이니까 러브라인에 관련되는 사항은 다 내보낸다. 규리 씨의 해당 발언은 민우-규리 서사의 종지부를 찍는 멘트다. 이걸 내보내지 않았다면 왜 왜 민우가 시은과 확정됐는지에 대해 설명이 부족해진다. 시청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러브라인 외의 상황은 낼 이유가 없으며 출연자 보호를 위해서도 편집했을 거다"고 밝혔다.
데이팅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날이 서있고, 특정 관계 진행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쟁 관계가 되기도 하고, 거친 신도 나올 수 있다. 너무 포장하면 의미가 있을까. 리얼리티물의 관건은 리얼이다. 남녀관계에 경쟁이 생기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는 것.
이어 김재원 PD는 "관희의 '쟤, 얘, 얘' 발언도, 무례하기는 했지만, 향후 서사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커 편집하지 않았다. 이 발언이 없었다면 왜 여성들이 화가 났고, 왜 하정이 관희를 불러내 따지는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희의 '쟤, 얘, 얘' 발언 이후 여성들의 관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면서 관희가 망하는 줄 알았다. 김재원 PD도 "관희는 이번 이번 시즌에는 퇴장이겠구나. 저렇게 하는데 여성 3분이 다가갈까 하고 생각했다"면서 "여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관희는 앞으로 분량이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관희지옥'이 되었다. 불사조 같은 관희를 보는 재미, 그런 등락을 보는 재미가 크다"고 말했다.
천국도로 가는 헬기안에서 민지의 눈물신도 예측불허의 리얼리티에서 나온 뜻밖의 수확(?)이다. 김정현 PD는 "당시 나는 기장실에 앉아 있어 그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 그 장면이 이렇게 파장이 심할지 몰랐다. 민지가 관희에게 한 행동보다 눈물 닦는 신의 임팩트가 더 컸다. 이렇게 까지 셔츠의 밑단을 내어주며 눈물을 닦게 해주는 착한 사람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솔로지옥' 시즌3 출연자중 유독 미인대회 입상자가 많았던 데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설명했다. "SNS 등 다양한 섭외루트를 가동한다. 미인대회 입상자를 섭외하려는 건 아니고 인스타를 보니 미인대회에 나왔더라. 매력적인 사람이 많은데 카메라 앞에 나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많다. 미디어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비교적 덜한 사람이 미인대회 출전자이지 않나 싶다."
김재원 PD는 윤하정이 소속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집안에서 하는 의류회사 회사원이면서 모델일을 병행하고 있더라"면서 "직장인이 출연해 주목 받으면 다른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팔로워가 100만명 넘으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출연자에게 본업에 충실하고 너무 바꾸려고 하지 말았으면, 직업을 바꾸는 건 자유지만, 대중은 냉정하다고 조언해준다. 그안에서 누가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해주는 것도 결국 대중이다"고 답했다.
김재원 PD는 "출연자 섭외의 기준은 누가 상대방에게 매력이 있을까. 인기 있으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데이트할까다. 이게 '연프'를 보는 사람의 궁금점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솔로지옥3'는 설렘은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다는게 총평이다. 한국식 '연프'가 계속 등장하면서 식상해지고 클리셰가 반복됐다. 김재원 PD는 "'솔로지옥'은 서부극으로 치면 이탈리아 마카로니 웨스턴 같은 거다. 시즌3는 한국식 연프 클리셰를 부수자고 했다. 첫날 만남에서 앞치마를 매어준다. 처음에는 설렘이고, 첫날은 연애를 안하는 게 원칙이다. 이번에는 이를 파괴했다"면서 "시즌4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설렘도 있고 재미도 있게 만들겠다. 진영도 있고 관희도 있는…"이라고 밝혔다.
'솔로지옥'만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두 PD는 "'솔지'는 겨울에 보는 여름 프로그램이다. 다른 연프보다 짧은 기간에 표현해야 하므로 더 솔직한 사람을 섭외해야 한다. 5분만에 파악되지는 않지만 연애를 더 잘할 것 같은 사람, 자연스런 매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에 대한 적응도 빨라야 한다. 사전 인터뷰에서 스태프들 사이에 민규는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다정하지, 피지컬 좋지.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자 공무원이어서인지 쑥스러워하면서 더 많은 매력이 발견되지 못한 게 아쉽다. 빨리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덱스(김진영)는 시즌2의 출연자였다가 시즌3에서 MC로 맹활약을 펼쳤다. 김재원 PD는 "지난 시즌 출연자라 섭외한 건 아니다. 누가 봐도 덱스를 택할만하다"면서 "규리가 거친 말을 하자 덱스가 밑천을 드러내는 말이라고 한 것도, 억지로 출연자를 보호하려고 하지 않은 점이 오히려 관찮았다고 본다. 다른 MC 4명은 (규리의 말을) 변호해줬는데, 오히려 덱스가 논리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해줘 (시청자들이) 해소되는 측면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김정현 PD도 "(덱스가) 솔직하게 말해줘 편집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솔로지옥'의 재미 포인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피디는 "한껏 꾸미고 이성을 유혹하는 게 '솔지'의 재미다. 시즌2부터 설겆이를 할때 너무 좋은 옷을 입고 나왔는데, 그게 재밌다는 사람도 많았다"면서 "메기로 들어온 민지가 친화력이 좋아 늦게 들어와도 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홍진경이 민지에게 '저게 잠옷이야'라고 했는데, 이게 민지만의 귀여운 플러팅이다. 천국도에 가서 홍진경의 표현대로 탕에도 가고. 이 프로그램만의 특징이다"고 말했다.
'솔로지옥3'도 과몰입러가 많아 다양한 반응을 낳았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은 편집에 불만은 없었는데, 악플이 달린 경우는 있었다. 우리는 정신과 의사를 두고, 중간에 심적으로 힘든 사람이 있으면 체크를 한다. 이번에도 그런 과정이 있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해소되는 부분도 있다. 방영중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상시 대기한다. 서로 연락도 자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