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이번 CES 2024에서 선보인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카 ‘알파블’ [LG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LG전자가 부진하던 휴대폰 사업을 정리한 후 3년 연속 매출 신기록 행진을 벌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휴대폰 사업은 LG전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사라졌지만 오랜 기간 휴대폰 사업을 통해 쌓은 역량과 기술이 전장 등 신사업에 녹아들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가 지난 8일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84조2800억원을 기록했다.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던 2021년 당시 매출액은 73조9000억원이었다.
과거 휴대폰 사업을 담당했던 LG전자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의 2020년 매출은 5조원 수준이었다. 이듬해 사업 철수로 매출에 공백이 생겼지만 LG전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오히려 2021년보다 약 10조원 증가했다.
LG전자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에 공급한 ADAS 전방카메라로 자동차 전방에 있는 물체를 촬영해 분석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통해 축적한 통신·카메라 등 관련 기술 역량과 인력은 이제 전장 사업을 통해 다시 빛을 보고 있다. 자동차를 두고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부를 만큼 각종 첨단 장비를 탑재한 전자제품이 되면서 LG전자의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도 탄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차량 카메라가 대표적인 예다. LG전자는 자동차 전방의 물체를 감지해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시스템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의 ’눈’ 역할을 담당하는 차량 카메라. [LG전자 제공] |
또한, 자동차 안에서 영화·드라마·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실시간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환경도 요구되고 있다. LG전자는 차량용 통신모듈인 텔레매틱스 시장에서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23.8%)를 기록했다. 이번 CES 2024에선 차량의 여러 유리 면에 부착할 수 있는 투명 안테나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휴대폰 사업을 하던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온 기술이 이제는 전장사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자동차 부품 솔루션) 사업본부는 출범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연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에선 적자 사업을 과감히 접고 미래 사업에 집중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전략이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 협업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한 단독 플랫폼을 개발했다. 사진은 해당 플랫폼이 차량에 탑재돼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등의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모습의 개념도. [LG전자 제공] |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모바일 역량이 신사업에 상당히 깊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하며 휴대폰 사업 경험을 강조하기도 했다.
나아가 휴대폰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메타버스와 확장현실(XR) 사업으로의 확장 의지도 내비쳤다. 조주완 CEO는 “메타버스가 성공하려면 플랫폼, 콘텐츠와 함께 디바이스(기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모바일 사업은 사라졌지만 축적한 노하우와 소프트웨어(SW) 역량 등이 퍼스널 디바이스 분야에 다 접목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