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유산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콘텐츠들. [유튜브 '쩐다_JJEONDA', '루키네 일상' 썸네일]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아 안녕, 다시 만나자', '지난 1년간 겪은 나의 유산 이야기', '첫 임신 그리고 계류유산', '우리 아가 미안하고 사랑해'. 유튜브 검색창에 ‘유산 경험’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등장하는 콘텐츠 제목들이다.
당장 임신 계획이 없는데도 유산, 시험관 시술, 난자 동결 등 난임 극복기를 담은 개인 유튜브를 찾아본다는 2030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과 출산 시기를 30대 이후로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난임과 유산에 대한 사회적 체감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임신 계획이 없지만 유산 관련 영상을 종종 본다는 대학원생 김모(29)씨는 "몸이 차고 부인과 질환도 있는 만큼, 유산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느껴져서 나중에 난임일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보를 얻는 차원에서 찾아본다"고 말했다.
유튜브를 통해 관련 경험을 시청하는 이유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편집 없이 ‘가감없는’ 개인의 여정을 접할 수 있어서다. 임신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지만, 쉽게 다루지 못했던 주제인 유산에 대해 날 것 그대로의 경험담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유산 브이로그'를 검색하면 나오는 콘텐츠들. [유튜브 '하이호떡'. '다이어Rin' 썸네일] |
유튜브 검색창에 '유산 경험' 등 키워드를 검색하면, 남편과 함께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하고 부모님에게 소식을 알리는 모습부터 병원에서 유산 판정을 받고 슬픔에 잠기는 모습까지를 담아낸 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임신 전 건강 상태, 앓았던 부인과 질환 등도 함께 공유한다.
김씨는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주로 임산부가 고생 없이 아이를 낳아 문제없이 키우는 것만 보여주는데, 유튜브를 보면 임신과 출산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임 극복기 관련 콘텐츠가 제작되는 배경엔 높아진 초산 연령이 있다. 지난해 4월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팀이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임신 준비 지원 사업에 참여한 20∼45세 여성 2274명을 분석한 결과, 19.48%(443명)가 난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가임기 청년이 유산과 난임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산부인과 교수인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난임·우울증상담센터장은 "방송에서 연예인들의 노산을 가볍고 긍정적으로만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그와 다른 상황에 놓인 난임 여성들이 크게 좌절하곤 한다"며 "임신 계획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20대 때부터 유산과 난임에 관한 정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남성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