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이 채권단 96.1%의 동의를 얻어 공식 개시된 가운데 12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황색불이 들어와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태영건설이 다음주부터 채권단의 실사 작업에 들어가며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의 첫발을 떼기 시작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아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1일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되자 회계업계 등에 실사 법인 선정을 위한 제안서(REP)를 발송했다. 회계법인 선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주 후반부터 자산부채 실사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개월에 걸친 실사 과정에선 실제 우발채무 규모 산출 작업이 첫 번째 난관이 될 수 있다.
앞서 태영그룹은 문제가 되는 태영건설의 우발채무가 2조5000억원이라고 주장했는데, 산은이 파악한 채무 규모는 ▷직접채무 1조3000억원 ▷이행보증 채무 5조5000억원 ▷연대보증 채무 9조5000억원 등 총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실사 과정에서 숨겨진 채무가 확인될 수도 있어,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이 중단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이 참여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60곳의 처리 방안을 놓고도 채권단과 PF 대주단 간에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개발사업 초기에 해당하는 브릿지론 사업장 18곳은 사업성이 좋다고 판단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시공사 교체, 경·공매 등을 통해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 나머지 사업장에선 사업성 및 정상화 가능성 판단, 자금 투입·집행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채권단과 대주단은 이견 조정을 위해 조만간 공동 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사 기간 중에 필요한 태영건설 운영자금 조달 문제도 관건이다. 워크아웃 개시로 3개월간 금융채권 행사가 유예되기는 했지만, 인건비, 공사비 등 상거래채권은 만기가 도래하면 갚아야 한다.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도 있다.
앞서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안을 동원해도 유동성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약속한 대로 SBS나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워크아웃 절차가 중단될 수도 있다. 앞서 산은 등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자구계획이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반대매수청구권에 대한 문제도 있다.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의 채권을 찬성 채권자가 매수할 수 있는데, 워크아웃 개시 결정 이후 7일간의 접수기간 중 매수청구권을 요청하는 반대 채권자가 나올 수 있어서다. 산은은 앞서 태영에 매수청구권을 직접 인수할 것을 요청했으나, 태영 측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