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신약 개발 기업 한미약품그룹의 이례적인 기업 간 통합에는 제약·바이오 사업 확장에 대한 이우현(사진) OCI 회장의 굳건한 의지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OCI가 과거 화학 분야에서 소재·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한 단계 성장했다면 2018년부터 추진 중인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의 발돋움에 이번 통합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통합 지주사를 만들기로 했다. 그룹별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등이 마무리되면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쳐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양대 축으로 하는 하나의 기업집단이 탄생하게 된다.
통합 지주의 대표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이 함께 맡는다. 각자대표로서 상생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브랜드 통합 작업은 사실상 통합 지주사 지위를 갖게 되는 OCI홀딩스가 주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가 되고 여기에 소재·화학 분야 중간 지주사를 추가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OCI홀딩스는 ‘상생 공동 경영’이라는 원칙과 합의를 토대로 단계적인 사업 통합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통합으로 한미약품은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강력한 신약 연구개발(R&D)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OCI는 기존에 확보한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양사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우현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금력이 있는 OCI와 기술력이 있는 한미의 통합을 통해 제약·바이오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OCI는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한미는 OCI 기반을 토대로 미국·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OCI로서는 신사업으로 주목하는 제약·바이오 분야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59년 동양제철화학에서 출발한 OCI그룹은 과거 염화칼슘, 과산화수소 등을 주로 생산하는 국내 대표 화학기업으로 2000년대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며 소재·에너지 기업으로 확장 변모해 왔다.
그러나 주력인 화학·소재 사업만으로는 성장성 한계에 부딪혔고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태양광 업황 악화 등으로 태양광 사업에서마저 생산 중단, 구조조정 등의 아픔을 겪으면서 신사업 발굴에 대한 목마름이 커졌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지난 2018년 첫발을 내딛고 2022년 부광약품까지 인수했으나 관련 사업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기업 결합이 제약·바이오 사업을 키울 확실한 키(key)가 될 것으로 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우현 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업을 계속 찾아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사업에서 최대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헬스케어 같은 경우는 앞으로 시장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OCI는 ▷그린에너지 ▷정밀화학소재 ▷바이오 ▷도시개발 등 4개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양 그룹의 통합 절차는 올해 6월 말 지분취득이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새로운 사명과 CI(기업이미지) 등 브랜드 통합 작업은 내년 3월까지 끝낼 방침으로 전해진다.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