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카르텔 단속 후…학원가 인기 강사 라이브중계 ‘떼돈’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A 선생님 라이브 수업 대기 1000번인데, 연락이 오긴 할까요?” 겨울방학 기간 수험생들이 본격적인 2025학년도 대입 준비에 나선 가운데, 대치동 학원가에선 이같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학원들이 강의실당 수용인원 135명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잇따라 ‘라이브’ 수업을 확대하면서다. A 강사는 대치동 소재 유명 종합학원의 ‘간판’ 격이다. 이달 초 열린 이 강사의 금요일 수업은 현장 강의 수용인원 100명이 일찌감치 마감돼, 대신 온라인 생중계로 강의를 듣는 라이브 수업에만 1000여명의 대기인원이 모였다.

내년도 대입을 위한 수험생들의 입시 준비가 본격화한 가운데 학원가 곳곳에서 라이브 수업을 둘러싼 잡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입시학원들은 강의실 면적 제한 등으로 현장 수업을 듣지 못하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라이브 수업을 도입했다. 현장 강의와 동시에 재택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현장 강의를 진행하는 바로 옆 강의실에서 생중계 수업을 듣는 방식 등이다. 인원제한은 따로 없다.

B 학원은 지난해 말 라이브 수업 확대 운영 방침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일부 수업에만 도입했다가 올해엔 입시를 앞두고 확대한 것이다. 라이브 수업을 들으면 현장 강의보다 최대 절반까지 수강료가 낮아진다. 라이브 수업을 통해 오히려 더욱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인기가 높은 강사는 대기 인원만 수백 명에서 많게는 천명 대까지 모인다.

이상섭 기자

수험생과 학부모 반응은 엇갈린다. 저렴한 가격으로 비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라이브 수업으로 인한 수험생 불편만 커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학부모 C씨는 “라이브 강의를 들으면 복습 영상을 일주일 동안만 다시 볼 수 있게 해놔 난감하다”며 “가격이 (현장 강의보다) 훨씬 저렴하니 어쩔 수 없는 조치겠지만 현장 강의 수용 인원이 줄면서 어쩔 수 없이 등록하지 못한터라 억울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의대 정원 및 무전공 입학 확대 등으로 대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사교육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다.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에 따른 수능 난이도 조절 역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45)씨는 “작년 수능 수학은 역대급 불수능이었는데, 올해는 어떨지 경향을 예측하기 불안하다”며 “강사마다 분석이 다른 상황이라 강사별로 여러 과정을 한번에 들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교육당국이 ‘콩나물 시루’ 교실 단속을 벌인 결과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학원 강의실 단위면적은 135㎡(약 40평) 이하여야 한다. 1㎡당 수용인원은 1명 이하로, 강의실당 최대 수용인원은 135명이다. 그간 대치동 등 학원가에선 강의실 여러 개를 연결해 수백 명 단위 수업을 운영하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져왔다. 지난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사교육 카르텔’ 관련 현장점검을 통해 이같은 학원가 불법사항을 함께 조치했다.

현재 입시학원 온라인 강의에 대한 뚜렷한 규정은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보습학원 외에 입시학원에 대한 수강료 등 규정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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