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올해 주요 시중은행의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규모 등이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벌였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의 상생 압박이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기본급 평균 2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데다, 은행별 복리후생도 강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돈잔치’ 비판을 온전히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하나은행을 제외한 은행들이 지난주까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이들 4개 은행의 올해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0%로 결정됐다. 지난해 3.0%에서 1.0%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이 일찌감치 사측과 협상을 일괄 타결한 뒤 각 은행 지부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린 결과로 전해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권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가 반복되는 가운데 사측이 감독 당국 눈치를 보며 몸을 사려 노사 협상 여지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영 성과급도 지난해 평균 300%를 웃돌았지만, 올해는 200%대 수준에 그쳤다. 국민은행은 통상임금의 230%를 올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통상임금의 280%에 더해 340만원을 지급한 데서 후퇴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월 기본급의 361%였던 성과급 규모를 올해 281%로 축소했다. 이 성과급 중 현금과 우리사주 비중도 각 300%와 61%에서 230%와 51%로 조정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아직 성과급 규모를 확정 짓지 못했다. 다만, 지난해 월 기본급의 292.6%에 달했던 성과급이 올해는 180% 정도로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의 올해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200%와 현금 300만원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통상임금의 400%와 200만원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조건이 나빠졌다.
은행들은 올해 경영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임금인상률과 성과급 책정에 비교적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그에 비례해 직원 보상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며 “상생 금융에 따른 부담에 더해 금리 인하로 인한 이익 축소, 각종 리스크에 대비한 대손 충당금 적립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별로 저마다 각종 복리후생을 강화해 이를 일부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올해 월 기본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의 우리사주를 연간 지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우리사주 의무 매입을 폐지하고 직원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원격지 발령 직원들에게는 교통비도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사원 연금 제도에 대한 회사 지원금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증액했다. 아울러 재고용을 조건으로 한 육아 퇴직과 가족 돌봄 근무 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하고, 본인 결혼 축하금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높였다. 농협은행은 장기 근속자를 위한 안식 휴가를 확대하고, 건강검진 대상자에 본인 부모를 추가했으며, 가족 돌봄 근무 시간 단축 제도와 2시간짜리 ‘반의 반차’ 휴가를 신설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 직원의 지난해 1~9월 1인당 평균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9500만원으로 전년 동기(9000만원) 대비 500만원 늘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1억200만원으로 단연 최고 수준이었다. 이어 하나은행 9900만원, 신한은행 9800만원, 우리은행 9200만원, 농협은행 8500만원 등 순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영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 역시 급여와 복리후생비가 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