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재미한인 이성진 감독(41)이 제75회 에미상 시상식(Emmy Awards)에서 TV 미니시리즈 TV 영화 부문(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감독상과 작가상 등 2관왕에 올랐다.
이성진 감독은 15일(미국시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씨어터에서 열린 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프(BEEP·한국판 제목 성난 사람들)로 감독상과 작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성진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은행 통장이 마이너스일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다. 1달러를 저금하러 가기도 했다. 여기 서보니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점을 느낀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프’는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같은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3관왕을 달성한데 이어, 14일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등 4관왕을 휩쓴 바 있다.
할리우드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이성진 감독이 일상적인 분노를 소재로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각본·연출을 담당한 이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호대기 중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걸 알아채지 못하자 뒤에 있던 백인 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고 난폭운전까지 했다”면서 “화를 내 주신 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비프’는 돈을 벌어 한국에 있는 부모를 모셔와야 하지만 사업이 잘 안풀리는 한국계 노동자(도급업자)인 대니 조(스티븐 연 분)가 마트에서 차를 후진하자 강한 크락션을 울리며 손가락 욕까지 하는 흰색 벤츠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운전자인 중국계 이민자 에이미(앨리 웡 분)와 시비가 붙어 도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도로 위의 분노)’다.
스티브 연, 앨리 윙, 죠셉 리, 데이비드 최, 영 마지노, 에쉴리 박, 저스틴 민 등 한국과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주축이다.
이성진 감독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해 ‘써니’라는 이름을 쓰면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한국 작품들이 미국에서 크게 알려지면서 이성진 발음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